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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과학 / 폐수, 새로운 ‘검은 황금’이 될 수 있을까?
작성일 2017.05.02
담당부서 과학청년팀 분류 자연과학

[731] 과학

폐수, 새로운 검은 황금이 될 수 있을까?

 

 

<2017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 속으로

쓰고 버린 물을 뜻하는 폐수(wastewater). 이 잿빛 단어에서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도 대부분은 더러움, 역겨움, 혐오감 같은 감정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해묵은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물 부족과 자원 고갈로 고심하는 인류에게 폐수가 수자원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 22,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유엔은 <2017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2017 UN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이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유엔 세계 물 평가 프로그램’에서 매년 주제를 정해 발간된다. 올해의 테마는 바로 ‘폐수: 손대지 않은 자원’(Wastewater: the Untapped Resource)이다.

 

유네스코는 웹사이트에서 2017년 보고서 발간 소식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은 독특한 제목을 붙였다. “폐수가 새로운 검은 황금이 될 수 있을까?” 대체 폐수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기에 제2의 석유(검은 황금)에 비유한 걸까.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자.

 

 

물이 보내는 적신호

흔히 물은 ‘생명의 원천’이라 불린다. 인체의 70% 내외는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가 발딛고 선 지구 표면의 2/3도 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그 중 97%는 바닷물로, 육지에 존재하는 물은 3%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3% 중에서 인류가 쓸 수 있는 지하수, , 호수 등의 담수(fresh water) 1/3뿐이다. 나머지 2/3는 극지대와 고산지대의 빙하와 만년설 형태로 남아 있다.

 

반면, 인구 증가와 산업 발전, 그리고 가속화되는 도시화 등에 따라 인류의 물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고기(육류)와 같은 ‘물 집약적인 식품’으로의 식단 이동 등 소비 패턴의 변화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1kg의 소고기를 생산하는 데는 1 5000ℓ의 물이 필요하다). 관건은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수자원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은 비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2/3( 50억 명) 1년에 적어도 1개월 이상 물 부족을 겪는 지역에 살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약 5억 명의 사람들이 거주 지역에서 재생이 가능한 수자원보다 2배를 초과해 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의 추세(지난 50년 동안 세계 인구는 2배로 증가했다)대로라면 세계 인구는 2050 92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2012년 유엔 인구분과위원회 자료). 점점 가속화되는 인류의 물 수요를 과연 한정된 담수량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수년 이내에 물 위기가 가장 시급한 글로벌 위험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골칫거리가 아니라 귀한 자원

물로 인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물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인간 활동은 폐수를 만들어낸다. 물의 사용량이 늘수록 폐수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오염된 물의 무분별한 방출이 인류 건강과 경제활동은 물론, 수질 및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농업·산업·도시 폐수의 80% 이상이 적절한 처리(공정)를 거치지 않고 환경에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소득 국가의 경우 평균적으로 폐수의 70%가량을 처리해 배출하나, 소득수준이 떨어질수록 국가별 폐수 처리율은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소득 국가의 폐수 처리율은 평균 28%, 저소득 국가는 8%에 불과할 정도다. 일부 최빈개도국에서는 그 비율이 5%에도 채 못미치는 상황이다(하단표 참조).

 

그 결과 박테리아에 오염된 물 공급으로 수인성 질병이 퍼지고, 폐수에 섞인 독성 물질이나 항생제, 호르몬 등으로 수중 생태계는 악화되며,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생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2012년에 몇몇 중저소득국가들에서 발생한 사망자 84 2000명의 사망원인으로 오염된 식수, 손 세척 시설의 미비, 부적절한 위생설비를 꼽기도 했다.

 

이쯤 되면 폐수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결코 고울수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유엔과 유네스코는 한계에 이른 담수의 대안 수자원으로 ‘폐수’를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폐수는 주로 문제거리로만 다뤄져 왔다. 배출되는 폐수의 양과 유해 물질을 줄여 오염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는 데에 폐수 관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폐수를 ‘버려야 하는 물’에서 ‘소중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유엔과 유네스코는 강조하고 있다. 적절한 처리 과정만 거친다면, 폐수는 지속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고 에너지 및 영양소 같은 자원의 원천으로서 광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물에서 캐는 보물

폐수는 대략 99%의 물과 1%의 침전물, 콜로이드와 용해성 물질로 구성된다. 이 ‘99%의 물’을 적절한 공정을 거쳐 재사용하는 일은 부족한 담수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폐수를 처리해 농업용수, 산업용수, 음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보다 개선된 폐수 관리 시스템을 만든다면,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처리된 폐수를 더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적인 분야이기는 하나, 폐수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슬러지(폐기물 찌꺼기)를 활용해 바이오 가스, , 전기 등 에너지를 추출하는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수자원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폐수의 ‘나머지 1%’에 섞여 있는 유용한 물질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P)이다. 인은 동식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자 성냥, 합금, 철강 등을 만드는 데 두루 쓰이는 원소다. 거의 대부분의 인은 광물에서 추출되는데, 현재의 소비 추세라면 향후 50~100년 이내에 전 세계 매장량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사람의 배설물은 이 ‘인’의 풍부한 보고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인간의 소변과 배설물을 적절한 공정으로 처리해 인을 회수할 수 있다”며 “격감하고 있는 미네랄 자원인 인의 전체 수요 중에서 22%를 회수된 인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남 아시아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인, 질소와 같은 폐수 부산물의 가치는 폐수 처리 시스템의 운영 비용보다 상당히 높다. 이는 폐수로부터 자원을 회수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일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스위스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인과 같은 특정 중요 원소를 폐수 등 폐기물에서 ‘강제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한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버려진 물’에서 보물을 캐내려는 세계의 경쟁은 이미 불붙은 셈이다.

 

 

인식이라는 또 하나의 벽

사실, 폐수의 재사용 및 재활용은 기술 발전만으로 해결되는 현안은 아니다. 폐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야 하고, 처리된 폐수의 재사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집트의 경우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농업 관개 및 어류 양식에 폐수의 재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폐수의 재사용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인식 향상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물 재활용을 사례로 들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축구장만 한 크기의 구조물을 고도 300~400km의 지구 궤도상에 설치한 것이다. 매번 물을 공급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우주정거장 안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의 소변뿐만 아니라 땀, 샤워에 사용된 물까지 식수로 재활용된다. 십수년 동안 재생된 물을 마셔온 우주비행사들의 건강한 모습은 그 자체가 바로 폐수 재사용의 ‘성공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몇 해 전, 한 장의 사진으로 뜨거운 화제에 오른 바 있다. 자신의 재단을 통해 ‘분뇨를 식수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공모, 실제로 이 기계를 시연해 ‘분뇨로 만든 물’을 마시던 모습 때문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나 빌 게이츠처럼 재생수를 웃으며 마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모습이 우리 마음에 뿌려지는 변화의 작은 씨앗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폐수는 새로운 ‘검은 황금’이 될 수 있을까.” 폐수라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에서 어느 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대답은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송영철 유네스코뉴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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