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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커버스토리 / 유네스코도 지금은 ‘정치의 계절’
작성일 2017.05.02
담당부서 국제협력팀 분류 기획

[731] 커버스토리

유네스코도 지금은 정치의 계절

 

 

 ‘장미대선’이 치러질 5,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으로 어떤 후보를 찍을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셨나요? 앞으로 5년 간 우리나라를 이끌 새 리더를 뽑는 기대와 희망 한편으로, 유네스코에 관심이 많은 <유네스코뉴스> 독자라면 또 하나의 선거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네스코 역시 향후 4년간 조직을 이끌 새 사무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리나 보코바 현 사무총장의 뒤를 잇기를 희망하는 9명의 후보들은 지난 4월 말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각자의 청사진을 밝힌 뒤 인터뷰 시간을 가졌고, 이후 집행이사회 투표와 총회 인준을 통해 차기 사무총장이 결정될 예정입니다. 이에 이번호 <유네스코뉴스>는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사무총장 선출, ‘왕좌의 게임인가 아름다운 경쟁인가

 

등록부터 투표까지, 사무총장 선출과정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임기는 4년이다. 원래 6년이었다가 지난 2001년부터 4년으로 조정됐다. 임기를 마친 후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며 1960년 이후 역대 사무총장들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큰 틀에서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출 과정은 유엔 사무총장 선출 과정과 마찬가지로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의 형태로 진행된다. 58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가 비밀투표를 통해 과반 득표자 1인을 단일 후보로 뽑고, 유네스코 총회는 전체 회원국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이를 최종 확정한다. 현재까지 집행이사회에서 추천된 사무총장 후보가 총회에서 부결된 사례는 없지만, 만약 부결될 경우 집행이사회는 다시 후보를 선정해 총회에 찬반을 물어야 한다.

 

올해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절차는 지난 3 15일 후보 등록 마감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까지 모두 9명의 후보들이 자국 국가위원회를 통해 이력서 및 자신의 비전을 담은 정견요지(Vision Statement)를 집행이사회에 제출했고, 집행이사회는 홈페이지(en.unesco.org/executive-board/dgcandidates-2017)에 그 내용 및 선출 절차를 공개했다.

 

4 26~27일에 열린 제201차 집행이사회에서는 각 후보의 프레젠테이션 및 공개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9명의 후보들은 순서대로 10분 이내의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집행이사회의 6개 지역 그룹이 하나씩 내놓는 질문별로 최대 5분씩, 3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프레젠테이션 및 인터뷰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비회원국별 한 명씩의 대표자가 입장할 수 있는 유네스코본부 11번방(Room XI)에 생중계되었으며, 올해 사상 처음으로 웹캐스트로 대중에 공개됐다.

 

이후 열릴 제202차 집행이사회에서는 이들 후보 중 유네스코총회에서 찬반 여부를 물을 최종 1인을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투표는 집행이사회 회원국의 58표 중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진행되는데, 만약 4차 투표까지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4차 투표 상위 득표자 2인을 대상으로 마지막 5차 투표를 치른다.

 

사무총장을 만드는 또다른 조건들

대부분의 선거가 그렇듯, 유네스코의 리더역시 오로지 후보의 정견만으로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후보들은 선출 과정 내내 우호표 확보를 위해 공식·비공식적인 채널로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각국, 혹은 각 지역 그룹(electoral group)별 이해 관계에 따라 다양한 변수에 적절히 대응하며 정치적인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선출 과정에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지역 안배’라는 암묵적인 약속도 영향을 미친다. 존 댈리(John Daly) 전 미국국제개발처(USAID) 연구사무소장 및 조지워싱턴 대 국제교육프로그램 교수는 “유네스코 역시 유엔의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사무국 인사의 지역적 균형을 고려한다”며 “사무총장 자리가 지역별로 순환(revolve) 배출되도록 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네스코 창설 직후부터 1970년대까지 서유럽·북미지역 9개국으로 구성된 1그룹(사무총장 대리 포함 5차례)과 중남미지역 10개국으로 구성된 3그룹(1차례)에서만 배출되던 사무총장은 1974년을 기점으로 아프리카 13개국으로 구성된 5-a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12개국으로 구성된 4그룹, 동유럽지역 7개국으로 구성된 2그룹에서 각각 한 차례씩 돌아가며 배출되고 있다. 아랍 7 개국으로 구성된 5-b그룹만이 현재까지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올해 입후보한 9명의 후보 중 무려 4명이 5-b그룹 소속 국가(이집트, 카타르, 레바논, 이라크) 출신으로, 과연 이들 중에서 사무총장이 탄생할 것인지도 이번 선거의 관심사 중 하나다.

 

자격과 비전, 그리고 국제정치 사이

결국 사무총장 당선 여부는 가장 중요한 관문인 집행이사회 인터뷰 및 투표 자리에서 얼마나 인상적인 비전을 선보이고, 동시에 얼마나 기민하고 현실적인 정치력을 발휘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마음 속에 평화의 방벽을 쌓는다”는 이상적인 비전을 품은 조직의 수장을 뽑는 자리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자리인지도 알 수 있다.

 

역대 가장 치열했던 경합으로 꼽히는 2009년의 사무총장 선출 과정이 그 한 예다. 물론 유네스코는 공식적으로 집행이사회 투표의 후보별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 각국 언론이 ‘내부 관계자’의 입을 빌어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아래 표 참고), 4그룹의 불가리아 출신 이리나 보코바 후보는 5-b그룹의 이집트 출신 파루크 호스니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4차 투표에서 29 29 동률을 이뤘고, 2자 대결로 치러진 마지막 5차 투표에서 31 27로 신승을 거둬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그 해 선출 과정의 뒷이야기들은 지난 2013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9 9 24일자 미 외교전문(diplomatic cables)에도 상세히 기록돼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9인의 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치러진 1~4차 투표에서 매 차례 22표 이상씩을 득표하며 1위를 지켰던 호스니 후보가 1, 2차 투표에서 8표에 그쳤던 보코바 후보에게 끝내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해당 외교전문에는 “투표 결과는 여유 있는 승리를 확신한 이집트에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집행이사회 회원들은 외교적 언사로 호스니 후보에게 표를 줄 것임을 암시하는 동시에, 은밀하게 ‘안티(anti) 호스니’ 전선을 유지하며 보코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임을 미국에 확인해 주었다”고 적혀 있다.

 

물론 이를 ‘서방의 반 아랍 정서’나 ‘미국의 의중에 영향을 받는 투표’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당시 호스니 후보는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이자 문화장관으로 “이집트 도서관 내 이스라엘 책들을 불태워 버릴 것”이라 말하는 등 유네스코의 가치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지탄을 받은 바 있으며, 집행이사회 회원을 상대로 한 외압 및 뇌물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였다. 이를 종합할 때 당시 투표는 오히려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호스니 후보를 공고하게 지지한 20개국 이상의 정치적 선택’에 맞서, 다른 국가들이 결격사유 없는 2위 득표자를 전략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유네스코 이념과 가치를 지킨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성공적인 리더 선출에 거는 기대

이처럼 길고도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비전과 능력과 정치력을 ‘증명’하고 올 하반기에 선출될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남겨진 과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 지구촌의 미래 모습을 바꿔나갈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그리고 이를 실현할 중요한 토대가 될 ‘교육2030’ 등 현재 유네스코 앞에 놓인 과제들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다양한 사업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출렁이는 국제 정치환경 속에서 유네스코의 이상과 목표를 흔들림없이 지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전임자인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 때부터 지속돼 온 조직의 재정 위기 역시 다음 사무총장이 임기 내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문제다. 이미 한계치까지 졸라맨 허리띠를 얼마나 더 졸라맬 수 있을지, 유네스코 재정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분담금 재납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분담금과 연관지은 강대국의 ‘큰 목소리 내기’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도 숙제다.

 

J. P. (Singh)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뉴욕시립대가 발간하는 ‘미래 유엔 개발 시스템’(Future United Nations Development System, FUNDS) 보고서에서 “(‘신국제정보질서’ 문제로 1984년 유네스코에서 탈퇴했던 미국이 재가입을 결정한 2003년의 예를) 돌이켜보면 미국의 복귀는 유네스코를 되살리는 동시에 마구 뒤흔들어놓았다”고 썼다. 재정 문제 해결이 한편으로 유네스코 내에서 힘에 의존한 ‘구식 정치’(old politics)의 복귀도 함께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무거운 짐을 기꺼이 어깨에 짊어지고자 하는 9인의 후보들은 몇 달 후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4년 뒤 어떤 평가를 받으며 재임에 도전하게 될까. 집행이사회의 후보자별 인터뷰를 웹캐스트로 생중계하는 등, 선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번 유네스코의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지구촌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

 

참고자료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홈페이지

www.unesco.org/new/en/executive-board

globalmemo.org

2013.5.1 Background: the Election of the UNESCO Director General, John Daly

foreignpolicy.com

2009.9.23 Hosnis UNESCO Loss

wikileaks.org

2009.9.24 Bokova Wins Job As Unesco Director-General

FUNDS Briefing 23, November 2014

J.P. Singh A 21st-Century UNESCO: Ideals And Politics in an Era of (Interrupted) US Re-Eng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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