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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트럼프 파문을 계기로 다시 살펴보는 신기후체제 / 파리협정, 보통 노동자들에게 정말 나쁜 것일까
작성일 2017.07.27
담당부서 과학청년팀 분류 자연과학

[734] 트럼프 파문을 계기로 다시 살펴보는 신기후체제

 

파리협정, 보통 노동자들에게 정말 나쁜 것일까

 

 

 

지난 6월 초 지구촌 여론을 들끓게 만든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 그것이다. 파리협정(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대다수 국가가 채택한 국제협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왜 파리협정이라는 지구촌 공공 열차에서 하차하려는 걸까. 이른바 ‘트럼프 파문’을 계기로 파리협정으로 펼쳐진 신기후체제의 앞과 뒤를 살펴봤다.

 

 

 

유네스코의 이례적인 반론

지난 5 31,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을 올렸다. 6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협정에 관한 결정을 발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치 선거 유세라도 나선 듯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도 덧붙였다.

 

예고대로 다음날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쏟아내며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 협약은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다른 나라들의 계략이다.” “(협정이) 미국 산업을 위축시키고 일자리와 생산성을 잃게 한다. 일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 다음날, 유네스코 세계교육현황 보고서(GEM Report, 이하 보고서)는 세계교육 블로그(World Education Blog)에 한 편의 글을 올려 이례적으로 반론에 나섰다. “파리협정, 보통 노동자들에게 정말 나쁜 것일까?(Is the Paris agreement bad for the average worker?)란 제목의 이 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논박과 녹색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먼저 해당 블로그 글의 골자를 살펴보자.

 

 

‘일자리 뒤에 숨지 말라’ 일침

“트럼프 대통령은 탄소 배출을 통제함으로써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수년간 기울여 온 노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의 연설에서 우리가 들은 것은, 선거운동 기간에 반복됐던 것처럼 ‘일자리를 되찾자’는 것이었다. 그는 파리협정이 일자리 및 생산성을 잃게 하고, 공장들의 문을 닫게 하며, 경제적 생산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의 녹색화가 기존 산업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가령 녹색 연료의 사용은, 석탄과 같은 비친환경 연료들로부터, 그리고 석탄을 캐는 탄광으로부터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공개된 간행물 <Partnering for Prosperity>(번영을 위한 파트너 되기)에서 우리가 밝힌 바와 같이,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 또는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소식이 아니다.

 

녹색산업과 기존 산업의 녹색화로 인해 이미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고용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350만 명, 브라질에선 140만 명, 독일에서도 200만 명, 그리고 미국에서는 민간 부문 250만명, 공공 부문 90만 명 등이 녹색산업에 몸담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석탄 산업계에는 현재 단지 5만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을 뿐이다. 녹색산업에 고용되는 근로자의 수는 (녹색산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존 산업의) 혁신이 전개됨에 따라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 성장이 고용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일부에서) 곤란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당한 일자리 재조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녹색산업의 미래에 대한 예측들이 긍정적인 최종 결론을 가리킨다면, 결코 이로부터 도망치려 해서는 안 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국가별 및 국가 간 연구 검토에 따르면 녹색산업으로의 혁신은 0.5~2%의 순고용 증가로 이어져 전 세계적으로 1500~600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적과도 같았던 파리협정 발효

트럼프발 ‘일자리 논란’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되는 파리협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파리협정은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5 12 12일 제21차 ‘기후변화협정 당사국총회’(이하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총 195개국이 서명한 국제협약이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2°C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공동목표로 삼았다(세부적으로는 온도 상승 폭을 1.5°C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당사국(Party)이란 유엔이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시키기 위해 1992년 발족한 유엔기후변화협정(UNFCCC)에 가입한 국가(197개국)를 의미한다.

 

이 가입국들은 1995년부터 매년 당사국총회를 개최해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방식 등 기후변화 대처 방안을 논의해왔다. 1997년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채택함으로써 기후변화협약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첫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는 캐나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37개 선진국만을 의무이행 대상국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2001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던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탈퇴하고 훗날 러시아, 일본, 캐나다도 그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교토의정서 체제는 큰 진통을 겪어야 했다. 교토의정서는 2005 2월에야 공식 발효됐는데, 협정의 채택부터 발효까지 8년이 걸렸다는 사실은 당사국 간의 입장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교토의정서의 한계와 이를 둘러싼 당사국 간의 갈등은 국제사회에 귀중한 교훈을 일깨워줬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지구촌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는 ‘더반 플랫폼’(Durban Platform)을 채택함으로써 이러한 국제 여론을 현실화했다. 더반 플랫폼은 한마디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즉 모든 당사국에 적용되는 새로운 보편적인 협정을 만들겠다는 합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까지 새 협정을 채택하고, 교토의정서의 시효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부터 새 협정을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파리협정이다.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모든 당사국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교토의정서 시효 만료 이후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라는 점에서 신기후체제(Post 2020)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의 적극적인 비준으로, 총회에서 채택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2016 11 4일 발효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를 두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오늘 현실이 됐다”(What once seemed impossible is today a reality)고 표현하기도 했다.

 

 

온난화, 사기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는 어느 정도 예상되던 정치행위였다. 지난해 미국 대선 유세 때부터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기후변화는 사기다. 협정이 미국에 불공평하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미 공화당의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후변화 정책은 극과 극에 가까웠다. 민주당 정권인 오바마 대통령 시절 파리협정 서명과 비준이 이뤄진 것과 공화당 정권인 조시 부시 대통령 때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것만 봐도 양당의 두터운 시각 차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지난해 12월 ‘2016 세계의 사상가 100인’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유엔의 수장으로서 파리협정의 각국 비준을 위해 발 빠르게 물밑 외교를 펼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그 중 1인으로 꼽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트럼프보다 빨라 지구를 구했다. …미 대선 나흘 전 파리협정이 발효됐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17.9%)하는 미국이 비준을 거부했다면, 파리협정의 발효도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참고로, 파리협정은 당사국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총합 비중이 세계 배출량의 최소 55%에 해당돼야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처럼, 실제로 일부에서는 기후변화는 가상이론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평균농도는 0.04%(400ppm)에 ‘불과’했다. 과연 이 미미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열의 방출을 막고 지구의 온도를 덥히는 걸까. 혹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처럼 세계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다수 과학자와 기후전문가들은 “기후변화는 분명한 현실”이라고 단언한다. 지구의 대기 온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그 주된 원인은 바로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라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기록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평균농도 400ppm은 이미 충분히 ‘위험한 수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불과 반세기 만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평균농도가 100ppm 가까이 짙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더 강화된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온난화 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전문가, 경제학자 등 3000여 명의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경고는 더욱 충격적이다. IPPC 5번째 특별보고서(2014)에서 “현재의 상태가 이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최대 4.8°C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세계 각국에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해야 할 것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유엔이 인류의 공존을 위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대 주요 목표 중 하나다. SDGs 13번째 목표(SDG 13)는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긴급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유엔이 펴낸 <2017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빨간등이 켜진 상태다. 지구의 기온은 2016년에도 계속 상승해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1.1°C 높아졌으며, 지구 해빙의 크기는 지난해에 414만 ㎢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수면은 차츰 상승하고 있으며, 산호초와 같은 자연 서식지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기후변화가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혹독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가난한 취약 계층 중에는 자연에 기대어 영세 농어업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지금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이슈라는 점에서 더 이상 대응을 늦출 수 없는 긴급 현안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지금 당장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이미 높은 농도로 축적된 대기 중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기온은 금세기 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유엔은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이고 지속적인 대응 없이는, ‘세대 간 공존’이라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큰 테마도 결코 이룰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유엔이, 유엔 회원국 수(193개국)보다 더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파리협정’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협정 탈퇴 선언은 기후변화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누구도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정부나 국제기구의 몫이라고 개개인이 뒷짐 지는 순간, 결코 인류는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웹사이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게으른 사람을 위한 지구 살리기 가이드’를 소개하고 있다(<유네스코뉴스> 2016 2월호 U4면 기사 참고). 공교롭게도 지구를 살리는, 그 마지막 방법은 ‘무엇보다 환경과 지구를 생각할 줄 아는 리더를 뽑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권리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최근의 트럼프 파문과 맞물려 미묘한 여운을 전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송영철 유네스코뉴스 편집국장

 

 

참고 자료

유네스코 웹사이트 파리협약 기사(http://goo.gl/at1DeE)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웹사이트 지구 살리기 가이드(http://goo.gl/iHHYSt)

유엔기후변화협정 웹사이트(http://goo.gl/6b9mso)

유네스코, <Partnering for Prosperity>(2017)

유엔, <2017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SDGs Report 2017)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웹사이트 지구 살리기 가이드(http://goo.gl/iHH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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