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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커버스토리 |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
등록일 2021-02-01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

 

      코로나19는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해 주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문 앞을 다녀가는 택배노동자, 인적 끊긴 도로도 말끔하게 유지시켜 주는 청소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의 발이 돼 준 운수노동자와 식당과 카페의 서비스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도시를 도시답게 유지시켜 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이곳이 ‘내가 사는 도시’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도시’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여러 가지 위협에 대응하며 인류의 보금자리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도시가 이들 모두에게 살 만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다.

 

 

해가 떠오르는 시각 서울의 전경. 세계 곳곳의 도시들은 코로나19의 진원지이자 방역 최전선으로서 많은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 

인류는 미래에도 다시 나타날 이와 같은 위기에 더욱 강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중이다.

 

‘도시의 시대’와 팬데믹

 

      21세기의 인류는 ‘도시에 거주하는 동물’이다. 지난해 유엔해비타트(UN-Habitat; 유엔인간정주계획)가 발간한 『2020 세계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인류의 56.2% 수준인 도시 거주 인구는 오는 2030년까지 60.4%로 늘고, 2050년에는 66%에 이르러 전 인류의 3분의 2가 도시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 이미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19-20세기가 국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라는 도시학자 로버트 무가(Robert Muggah)의 말은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도시는 주택 부족과 교통 및 보건위생 문제, 범죄와 빈곤문제 등 인구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점을 늘 지적받아 오면서도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미 포화상태에 근접한 지구의 인구 수용 능력을 고려하면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히 ‘전원 생활로 돌아가기’가 대안이 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명한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는 자신의 대표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집약적이며 효율적인 공동 사용으로 인한 단위 인구당 에너지 사용량 감소와 인적 교류로 인한 경제적·문화적 부가가치 창출 등 도시의 대체 불가능한 장점들을 열거하며 “도시야말로 가장 인간답고,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물론 글레이저 교수의 야심찬 선언은 도시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제대로 관리해 나간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말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5분의 1이 지난 지금, 인류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고쳐 나가는 방향으로 도시를 잘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분석 대상 지역과 시기에 따라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은 도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도와 속도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의 95%가 도시에서 나왔다”는 유엔의 발표에서 볼 수 있듯,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인류의 보금자리로서의 ‘도시’에 대한 믿음에도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 세계 도시 보고서』 역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도시에 대한 도시 옹호론자들의 열광은 다소 주춤하게 되었다”고 진단하며, “경제적 집중으로 인한 도시의 효용에 대한 믿음이 여전한 가운데, 앞으로는 일부 ‘슈퍼스타’ 도시들로부터 경제력을 분산시킴으로써 과도한 집중이 야기하는 위험을 상쇄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하기도 했다.

 

도시를 위한 변명

 

      코로나19가 도시에 대한 인류의 환상을 깨고 그간 지적받아 온 도시의 한계를 더 뚜렷하게 드러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도시의 해체 혹은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코로나19 때문에 드러난 도시의 취약성이 도시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도시를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와, 그 정부를 움직이는 시민들의 선택에 기인한 문제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염병 확산을 유발하는 도시 문제 — 인구 집중으로 인한 사람 간 접촉 횟수 증가, 많은 이동량과 붐비는 대중교통 등 — 는 지금 수준의 기술과 행정력으로도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을 권장하거나 피치 못할 경우 강제하고, 디지털 기기와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방역하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가 통제불능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다. 반면에 세계적인 도시 인프라와 행정력을 갖추고도 바이러스 통제에 실패한 뉴욕이나 런던 같은 도시의 사례는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취약점이 ‘도시’가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과 사회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세계 주요 언론들도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도시들을 다룬 탐사보도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펼치며, 우리가 이들 도시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위험도가 아니라 바이러스가 도시 내의 특정 계층을 통해 퍼져나가는 양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는 과밀 환경이라는 도시의 취약성을 부각시킨 것이라기보다는, 그간 정치권과 유권자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했던, 혹은 이들이 애써 외면해 왔던 도시 안의 불평등의 민낯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에서 코로나19 발병 건수가 지역별 인구밀도가 아니라 지역별 평균소득과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보도나 “영국에서 코로나19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모두 유색인종과 소수인종 집단에서 백인 집단보다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는 보도는 도시 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각자는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만약 언론들의 보도대로 주요 도시들의 확진자 발생 데이터가 ‘호흡기를 통해 확산되는 전염병’으로서가 아니라 ‘계층 혹은 인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전염병’으로서의 코로나19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위기 이후 도시 재건 과정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것은 도시 내의 차별을 없애고, 지금껏 소외되어 온 시민들을 차별 없이 포용함으로써 모두 함께 살만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방향이다.

 

 

유네스코 도시 플랫폼 안내 팸플릿에 게재된 도시 관련 인포그래픽. 

여러 통계에서 알 수 있듯 도시는 지금도, 앞으로도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거주 지역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발전 달성의 최전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해 7월에 유엔이 발간한 정책보고서 「도시에서의 코로나19」를 소개하며, 도시를 재건하고 삶의 방식을 재설정하기 위한 핵심 권고사항으로 “모든 단계의 팬데믹 대응 방안을 불평등과 장기적인 개발 격차를 없애고 사회적 통합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시행할 것”을 제시했다. 덧붙여 “도시 내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도 안전한 거처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와 더불어 도시별 맞춤 전략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지방 정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고 있다.

 

      이처럼 유엔과 국제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고,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살게 될 도시를 무엇보다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이를 지난 2015년 유엔이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1번째 목표(SDG11)로 삼았다. 사실 SDGs의 달성 목표 시점인 2030년까지 전 세계 50억 명이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참고한다면,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곧 여타 지속가능발전목표들을 달성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도 지난 2017년 발간한 SDG11 해설서 『우리의 지속가능한 도시』에서 “빈곤(SDG1), 보건(SDG3), 교육(SDG4), 물(SDG6), 에너지(SDG7), 일자리(SDG8), 인프라(SDG9), 불평등(SDG10), 소비(SDG12), 기후변화(SDG13), 생태계(SDG15) 등의 목표는 급격한 도시화와 연동해 고려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도시 문제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전체 SDGs 달성에 있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SDG11의 이러한 확장성은 장점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문제 해결의 복잡성이 커진다는 단점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적정 가격의 주택과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빈민가의 환경을 개선(11.1)하고 ▲지속가능하며 적정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히 취약계층을 고려한 교통시스템을 제공(11.2)하고 ▲여성과 아동,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해 안전하고 포용적이며 접근이 용이한 공공 녹지공간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11.7)하는 등 SDG11의 세부 목표들에도 이러한 복잡성과 확장성은 잘 드러나 있다. 이는 ‘모두를 위한 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앞으로 도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주택 공급이나 교통망 확충과 같은 전통적인 임무에서부터 포용, 공정, 정의와 같은 21세기적 가치에 이르기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16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인종과 민족 및 소득수준에 따라 분석한 그래프. 

백인 및 고소득층일수록 유색인종 및 저소득층에 비해 인구비율당 코로나19 발병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이후 토론토뿐만 아니라 뉴욕과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석 결과를 보도하는 기사가 줄을 이으며 포용적인 도시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미래 도시의 경계

 

      이처럼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나 자연재해와 같은 예상치 못한 피해로부터 회복력이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오늘날의 도시들은 다방면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하는 한편, 이를 각 지역의 환경에 맞춰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에 지난 2016년 유엔 해비타트는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제3차 주택 및 지속가능 도시발전에 대한 유엔회의’(해비타트 III)에서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 NUA)를 채택하고, 여기에 도시계획과 도시설계, 도시재정, 국가 도시정책, 토지이용, 도시문화 등 미래지향적인 도시 건설을 위한 전반적인 정책 의제를 담았다. 유네스코 역시 지난 2004년에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등의 근절을 목표로 설립한 ‘유네스코 포용 및 지속가능 국제도시연합’(ICCAR)을 통해 NUA 채택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해당 의제가 도시의 포용적 가치와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도록 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이와 더불어 유네스코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와 글로벌학습도시네트워크(GNLC) 등 다양한 도시 간 네트워크 플랫폼을 마련해 교육, 과학,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도시의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조언과 기술 지원 및 역량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와 바이러스로 인한 전례 없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향후 10년 이상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도시화가 끊임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기존의 많은 도시들의 시 정부와 시민들은 부족한 주택과 교통, 복지문제 등 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해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그 10년간 전 세계 도시 확장의 90% 이상을 차지할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은 무분별한 확장에 따라 도시 고유의 순기능을 저해하게 될 온갖 부작용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이 효율이 아닌 포용을 강조하고, 평등(equality) 이상으로 공정(equity)을 강조하고,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선택과 정책 수립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향후 전 세대에 걸친 결과(generational consequence)를 만들어 낼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 경계는 지금 어디에 그어져 있는가. 도시가 드러내고 있는 다양한 위기의 징후로 인해 여지껏 그 경계가 소득, 젠더, 인종, 기회의 불평등을 기준으로 잘못 그어져 있었음을 깨닫게 된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새로운 경계선을 각자의 마음 속에 그려 보아야 할 때다. 

 

  [참고자료]

· theGuardian.com “The Guardian view on coronavirus harms: pandemic shows inequities are deadly”, “A Tale of Two New Yorks: Pandemic Lays Bare a City's Shocking Inequities”

· oecd-development-matters.org “Re-imagining Cities in the COVID-19 Era”

· unesco.org “UNESCO for Sustainable Cities”, “ICCR and the New Urban Agenda”

· weforum.org “Coronavirus Hasn’t Killed the City. Here’s Why”

· UN 「Policy Brief: COVID-19 in an Urban World」 (2020)

· UN-Habitat 『World Cities Report 2020』 (2020)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우리의 지속가능한 도시』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