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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커버스토리 | 건강한 바다와 멋진 신세계
등록일 2021-05-27

 

건강한 바다와 멋진 신세계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저 유명한 감독 데뷔작 『미래소년 코난』의 한국어 주제가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유전적 고향이자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려있는 저 바다는, 다가오는 미래에도 희망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남을 수 있을까? 유네스코는 앞으로의 10년이 바다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생애 단 한번의 기회”라며, 바다를 바로 알기 위한 노력에 전 세계가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Tracy Jennings / Ocean Image Bank 

 

솔로몬 군도의 바닷속에서 한 다이버가 수많은 물고기떼를 촬영하고 있다.

 

감춰진, 혹은 외면받는 바다의 진실

 

인류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대표적인 두 SF 작품인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서 묘사된 세계는 똑같이 암울하지만, 암울한 세상이 두 작품에서 작동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1984』에서의 세상이 억압과 공포, 기만을 통해 사람들이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유지된다면, 『멋진 신세계』에서의 세상은 무지와 욕망, 그리고 세뇌교육에 사로잡힌 대중들이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유지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웰과 헉슬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이 진실로부터 멀어졌을 때 세상은 희망과는 동떨어진 쪽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희망 없는 세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진실을 찾는 것을 포기한 우리 자신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작가의 경고는 언제나 ‘바다의 위기’와 ‘바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연결짓지 못하는 지금 우리 인류에게도 유효하다. 우리가 바다의 적나라한 진실을 애써 숨기려 하거나 바다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사실이 이 거대한 물 속 세상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바다의 진실을 얼마나 숨기고 있으며, 혹은 바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것일까.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씨스피러시』(Seaspiracy)는 전자의 사례를 다루며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의 합성어를 제목으로 삼은 이 다큐멘터리는 바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대 어업 비즈니스의 위선을 폭로하며,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대책 대신 각종 인증 마크와 이미지 마케팅만 내놓는 기업의 행태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고래 안전’(Dolphin Safe)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참치 8마리를 잡기 위해 돌고래 45마리를 도살하는 어선의 행태나 수자원 고갈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지지만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양식업의 현황 등을 살펴보고 나면, ‘바다 환경과 그 속의 생태계를 위해’ 인류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얼마나 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현 상황을 감추고 진실을 호도하는 일부 기업과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바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와 관련 단체들은 현실을 덮고 있는 위선과 기만을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바다에 대한 인류 전체의 이해 수준을 높이는 것도 매우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를 벗어나야만 바다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이며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지난 몇 세기 동안의 과학기술 발전과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 바다에 대한 종합적이며 정확한 지식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해양 과학 10년’(Decade of Ocean Scien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해양 과학 10년)으로 지정했다. 해양 과학 연구와 기술혁신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해양 자원 활용과 환경 보전을 지속가능하게 조화시키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우선 해양 환경과 생태계 및 인간 활동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그 결과를 전 세계가 공유함으로써 바다에 대한 인류 전체의 지식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 이 계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의 블라디미르 랴비닌(Vladimir Ryabinin) 사무총장은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여러 전망이 있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바다를 관리하는 법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그 계획을 해양 과학과 지식에 기반해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The Ocean Agency / Ocean Image Bank

미국령 사모아의 바닷속 산호의 건강했던 모습(왼쪽, 2014년 12월)과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변한 모습(오른쪽, 2015년 2월). 

 해수 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생하는 백화 현상으로 인해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호주의 대보초(Great Barrier Reef) 내 

2300km에 달하는 산호 지대의 3분의 2가 파괴된 바 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바꿀 수 있다

 

인류가 달에 발자국을 찍은 지도 반세기가 넘었고 탐사 로봇과 헬기가 화성을 누비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바다의 극히 일부만 알고 있을 뿐이라는 과학자들의 말은 다소 엄살처럼 들리기도 한다. 플라스틱 빨대를 집어들려는 부모에게 어린 자녀도 “바다거북들을 생각해야지!”라고 핀잔을 주는 세상에서 우리가 바다에 대해 모르고 있는, 혹은 오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지난 1-3월호 주제로 해양 과학 10년을 다룬 유네스코 『꾸리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말로 큰 재앙을 초래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재앙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어나느냐는 것”이라며, 바다라는 복잡한 세계의 정확한 상태와 매커니즘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지구 전체의 위기를 향해 점점 가속하고 있는 바다의 변화를 멈춰 세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바다가 현재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문제보다 더 심각하고, 더 광범위하고, 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모두가 알아야만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로 유입되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의 0.03%에 지나지 않는다는 『씨스피러시』의 주장과 한 해 동안 인류가 쓰고 버리는 1회용 비닐백의 수가 약 1조-5조 개에 달한다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집계를 접하고 나면, 플라스틱 빨대 대신 펄프 빨대를 집어들면 그만인 ‘손쉬운 해결책’만으로 바다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매년 전 세계 바다에 설치되는 그물의 5.7%, 선박과 어업 활동에 사용되는 줄의 29%가 유실돼 대형 바다생물의 목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등 모든 주체가 함께 노력해야만 바다의 미래에 대한 의미있는 반전을 이루어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의 위기가 일부 바닷가 사람들이나 어업 종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안녕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2019년에 내놓은 『변화하는 기후에서의 해양과 빙권에 관한 특별 보고서』는 1993년 이후 지구 바닷물의 수온 상승폭이 그 이전 25년간에 비해 두 배 넘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바닷물의 수온이 높아지면 바닷물에 녹을 수 있는 산소량이 줄어드는 반면 그 안에서 활동하는 생명체들의 산소 대사량은 늘어나고, 그 결과 산소가 고갈된 ‘죽음의 바다’(dead zone, 데드 존)가 생긴다. IPCC는 1970-2010년 사이에 대양의 해표면에서 수심 1000미터 구간의 산소 농도가 0.5-3.3% 정도 줄어들었고, 산소가 거의 없는 지역도 3-8%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유엔이 발간한 『제2차 세계해양환경평가 보고서』(The Second World Ocean Assessment, WOA II) 역시 2008-2019년 사이에 전 세계 바다의 데드 존은 400곳에서 700곳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명력을 잃고 더는 생명체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는 바다 영역이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충격을 상쇄해 온 바다가 그 역할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예측도 있다. 유네스코 IOC가 지난 4월에 발표한 『통합 해양 탄소 연구』(Integrated Ocean Carbon Research)에 따르면 바다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을 흡수해 왔고, 그 매커니즘이 없었다면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9년의 410ppm보다 50% 가까이 높은 600ppm에 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근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바다의 탄소 흡수 기제가 “반대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하고, 인간의 활동이 바다의 탄소 사이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출처: whc.unesco.org)

북해 남동부 연안의 바덴 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역에서 과학자들이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다 및 해안 지역은 모두 50개로, 
이들 지역은 지구 전체 블루 카본 생태계(Blue Carbon Ecosystem; 맹그로브 숲, 
염생습지 등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해양 생태계)의 21%를 차지하며 2018년 기준으로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흡수할 수 있다. 

 

 

‘함께’ 알아가야 하는 이유

 

해양 과학 10년이 강조하는 바다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란 개발을 규제하고 생태계 보호에 초점을 맞춘 환경 운동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유네스코 IOC가 발간한 『세계 해양과학 보고서 2020』(Global Ocean Science Report 2020, 이하 해양 과학 보고서)에서 블라디미르 랴비닌 사무총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해양 과학이란 인간의 호기심이나 탐험욕, 혹은 수자원 활용을 위한 실용적 관심 위에서 싹텄지만, 오늘날의 해양 과학은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성 달성 여부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10년이 해양 과학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전 세계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까지 (해양) 과학은 몇몇 문제에 대해 인류에게 경종을 울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이들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데까지도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고, 해양 과학 10년이 바다로부터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인류가 현재 직면한 중요한 도전과제들을 분석하고 가능한 대안을 수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을 희망했다.

 

해양 과학이 현상 분석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경고’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의 바탕이 되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에서부터 연구 수행, 그리고 자료 및 기술 공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국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IOC는 해양 과학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해양 과학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높은 수준의 지식 및 기술 공유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에서 해양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7%에 머물렀다”며 “이는 심각하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인구 백만 명당 해양 과학 연구자의 수도 국가별로 1명에서 300명대에 이를 정도로 국가 간 격차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바다라는 세상의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물리학과 생물학에서부터 화학, 지질학, 수로학, 보건의학, 토목공학, 그리고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또한 광활한 공해(公海) 영역을 조사할 충분한 수의 참여자가 있어야 하며, 그 연구를 뒷받침할 기술과 장비와 자본이 필요하다. 이 모든 특징은 그간의 해양 과학이 ‘모두의 과학’ 혹은 ‘모두의 지식’이 되는 것을 막은 걸림돌이자, 앞으로의 해양 과학이 ‘모두의 참여’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증명하고 있듯 오늘날의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빼어난 소수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더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유네스코가 해양 과학 10년을 맞이하며 더 공정한 재원 분배와 적극적인 소외국 지원, 더 많은 여성 및 청년 해양 과학자들의 육성과 참여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10년간 ‘누구도 뒤쳐지지 않는’ 하나가 된 관심과 손길이 바다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면, 전 영역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유일한 세계인 바다는 인류에게 정말 멋진 신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참고자료]

· IOC-UNESCO 『Global Ocean Science Report 2020』(2021)

· UN 『The Second World Ocean Assessment』 Vol I, II (2021)

· UNESCO 『The UNESCO Courier』(January-March 2021)

· ipcc.ch “Special Report on the Ocean and Cryosphere in a Changing Climate”(2021)

· slate.com “Playing the Racist Card”(2008)

· unesco.org “Ocean Benefits Increasingly Undermined by Human Activity, UN Assessment Reveals”(2021), “UNESCO Cautions Ocean Risks Losing Its Ability to Absorb Carbon, Exacerbating Global Warming”(2021)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장 

 

낭독 | TBS 김보빈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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