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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존재하기 위한 학습 ‐ 교육 세계의 오늘과 내일』 국문판 재발간
등록일 2022-01-06

『존재하기 위한 학습 ‐ 교육 세계의 오늘과 내일』 보고서 국문판 재발간

반 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미래교육의 비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1972년에 발간된 유네스코 국제교육발전위원회의 미래교육보고서 『존재하기 위한 학습 ‐ 교육 세계의 오늘과 내일』의 국문본을 다시 발간했다. 첫 발간 후 반 세기가 지난 보고서를 지금 다시 발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본 보고서의 감수를 맡은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의 해제 일부를 간추려 소개한다. 

 

 

에드가르 포르(Edgar Faure)가 의장을 맡은 유네스코 국제교육발전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the Development of Education)는 1972년 5월 18일 당시 유네스코 사무총장이었던 르네 마외(René Maheu)에게 이른바 ‘포르 보고서’로 알려진 『존재하기 위한 학습 ‐ 교육 세계의 오늘과 내일(Learning to Be ‐ the World of Education Today and Tomorrow)』을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근대교육 성립 이후 지속적으로 양적 팽창만을 지향해 온 세계교육, 특히 학교교육의 존재와 의미, 그리고 미래 방향성에 대해 의미심장한 비판을 가하며 개혁을 촉구한 세기적 선언문이었다. 또한 학교교육의 미래 지향점으로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과 학습사회(learning society)라는 두 가지 핵심적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교육계를 향해 교육에 대한 관점 전환을 선언했다는 중요한 의미도 갖는다.

 

그렇다면 출간된 지 50년이 된 보고서를 지금 다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이유로는 보고서에 담긴 사회 혁신의 청사진이 오늘날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의 실천 및 교육혁신에서도 중요한 디딤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학교 시공간의 해체, 원격교육 등 교육공학의 활용, 비형식교육의 전면화, 계속교육과 평생학습의 일상화, 고등교육의 보편화 등 포르 보고서가 전망한 혁신적 변화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두 번째이자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이 보고서가 50년 전에 제안한 원리들이 모두 실현되지는 못했으며, ‘교육체계 개혁’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슘페터가 ‘경제의 학습기간’이라 일컬었듯 모든 변화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보고서가 제안한 사회 혁신의 청사진은 그 어떤 측면에서 봐도 ‘현재 진행형’이다. 

 

포르 보고서의 핵심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1960년대까지의 근대 학교교육체계가 거의 한계에 봉착했으며, 근본적인 대규모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작은 개선’이 아니라 ‘크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포르 의장이 보고서 서문에 직접 썼듯, 보고서는 “교육의 지속적 확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교육의 목표와 방법,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개혁을 이루어낼 때 “인간이 그 자신의 ‘존재성을 실현하도록(to become himself)’하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개혁을 위한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로 보고서가 제안하는 것이 바로 ‘평생교육’과 ‘학습사회’다. 

 

보고서는 현재의 형식교육, 즉 학교교육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넘어서려면 교육은 궁극적으로 평생교육이 되어야 하며, 사회는 그런 평생교육을 품어 안는 학습사회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포르 의장은 “직업교육과 경제성장을 위해 인간을 어떤 특정 지식에 평생토록 얽매이도록 훈련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전문직 간의 이동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하면서 스스로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자기훈련하는 과정을 장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그날까지 우리가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이것이야말로 “미래의 교육이 맞게 될 진짜 도전의 모습”이라 강조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철학적·문화적·사회적 차원에서 교육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본 1부 ▲미래교육을 위해 우리가 이용 가능한 과학기술 및 새로운 실천 방안을 탐색하는 2부 ▲학습사회와 평생교육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21가지 원리와 제언 및 그에 맞는 교육개혁을 예시로 든 3부로 구성돼 있는 보고서는 새로운 지구공동체의 교육체계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 나가는 일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으며, 향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3부에서 제안한 21개의 교육개혁 방향은 너무나 실제적이면서도 자세하게 그 원리, 철학, 방향, 방법, 사례 등을 제안하고 있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압축 성장을 경험했고, 가장 빠른 속도로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이루어낸 한국은 이 보고서가 제안한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평생교육체계’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체계로의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는 핵심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평생교육과 학습사회 개념을 실현할 가능성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늘 입시개혁에만 매달려 있던 한국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탈바꿈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학교사회가 학습사회로 전환되고 학교교육이 평생교육으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으며, 적어도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그 혁신적 가능성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 있다. 과학과 기술의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의 양태를 규정하는 사회체계의 혁신과 개혁이라 볼 때, 이 보고서가 제안한 ‘총체적 개혁’ 말고 다른 어떤 방식으로 현재의 한국 교육문제의 난망함을 치유할 수 있을까? 

 

보고서 해제 원문 작성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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