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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커버스토리 / 끝도 시작도 아닌, ‘희망’을 이야기할 때
작성일 2017.12.01
담당부서 국제협력팀 분류 유네스코 정책일반

[738] 커버스토리

끝도 시작도 아닌, ‘희망을 이야기할 때

열한 번째 사무총장 맞이한 유네스코

파도를 넘어, 존재 이유를 증명하라

 

 

새 키잡이가 키도 잡기 전에 큰 파도를 맞은유네스코 호’. 오드리 아줄레 신임 사무총장은 그 파도가유네스코의 시작도, 끝도 아니다라 단언했다. 그리고 지금 어느 때보다 유네스코의 이상을 필요로 하는 인류에게, 이 조직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약속을 모두에게 내놓았다.

 

지난 11 10일 제39차 유네스코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회원국들은 이곳에서 10 13일 집행이사회에서 선출된 오드리 아줄레 후보의 임명을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차기 유네스코 사무총장으로 최종 선출된 아줄레 후보는 조호 알라오위 총회 의장의 축하를 받으며 첫 소감을 건넸다. 아줄레 신임 사무총장은 캠페인 기간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건넨 직후 유네스코의 임무(UNESCO’s mandate)에 대한 이야기를 맨 먼저 꺼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네스코의 임무는 깜짝 놀랄 정도로 현 시점에 꼭 들어맞는 것이라 말한 아줄레 사무총장은, 현실 세계에서 유네스코의 이상을 펼쳐 나가는 것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현재 유네스코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임무가) 끊임없이 변하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하며 대체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풍랑주의보

11 15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 아줄레 사무총장은 사실 훨씬 전부터 결코 녹록지 않은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그저 우연었는지, 아니면 수완 좋은 사업가다운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선택이었는지 몰라도, 아줄레 사무총장이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되기 하루 전날 나온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선언은 아직까지도 후폭풍이 거세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유네스코를 탈퇴한다고 밝혔고, 일본은 자국이 부담하는 분담금이나 역할에 비해 조직 내대접’이 충분치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여러 방면에서 대유네스코 지원을 늘려 온 중국 역시 이를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려 한다. 평화를 위한 호혜적 약속이었던 분담금은 점점협상용 카드로 활용되고 있으며, 집단주의에 바탕을 둔 유네스코의 의사 결정 순간마다 정치적 힘의 대결이 펼쳐지는 일도 잦다.

 

전임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끝내 풀지 못한 숙제도 이 부분이다. <재팬타임스>(Japan Times)에 따르면 보코바 전 사무총장 비판자들은 회원국들의 분담금 납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점과 유네스코 내부의 정치화를 막지 못한 점을 보코바 전 사무총장의 주요 실패 사례로 보고 있다. 같은 매체와 인터뷰한 유네스코 관계자는 연대를 통해 평화의 다리를 놓기 위해 만들어진 유네스코에서, 회원국들이 다름 아닌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이러한 흐름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이 곧 영향력이 되는 현실에서 이 둘을 분리하도록 강대국을 설득하는 작업은 간단한 협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한편으로 아줄레 사무총장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임기 중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맡아, 이전까지 매년 삭감돼 오던 문화 관련 예산의 증액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보여준 정치적 수완이 유네스코라는 국제 무대에서도 발휘될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넘지 못할 파도는 없다

지난달 <유네스코뉴스>에서도 언급되었듯, 전문가들은 미국의 탈퇴와 분담금을 둘러싼 각국의 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입장에서 결정적 타격은 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유네스코는 이미 1984년부터 2002년까지 18년간미국 없는 살림을 꾸린 바 있다. 당시 미 레이건 행정부는 유네스코의 정치적 편향 및 방만한 운영 등을 비판하며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2000년 초 유네스코의문화다양성 협약체결을 앞두고 자국 영화 산업이 받을 영향을 우려해 다시 유네스코로 돌아왔다.

 

아줄레 사무총장이 프랑스 공공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와의 인터뷰에서다자주의 측면에서 미국의 현재 위치를 감안할 때 (탈퇴 결정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또한미국의 결정이 곧 유네스코의 시작도, 끝도 아니다라며 조직이 외부의 정치적 도전에 흔들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또한탈퇴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미국 시민 사회와 교육·과학계와의 협력은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펠리시티 바뷸라스(Felicity Vabulas) 미 페퍼다인대 국제학 조교수 역시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가 장기적으로 유네스코보다는 미국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바뷸라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6억 달러에 달하는 체납 분담금을 보전하는 대신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정책적 신뢰도와 소프트파워가 힘을 잃고 다자 기구를 통한 막후 협상 채널을 잃어버리는 등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내상 입은 조직 치유하기

8년 전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 선출 때도 그랬듯, 이번 사무총장 선거 역시 집행이사회에서 결선 투표까지 간 끝에 30 28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최종 후보를 선출했다. 투표 내내 1위를 하지 못한 후보가 마지막에 표를 얻어 역전승을 거둔 과정도 8년 전과 비슷하며, 그렇게 근소한 차로 패한 2위가 아랍권 후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사상 첫 아랍권 사무총장 선출에 기대를 걸었던 아랍 세계 국가들은 다시 한 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상처를 보듬어 조직 내 단합을 이끌어내는 것 또한 아줄레 사무총장 앞에 놓인 중요한 과제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유네스코 내 반아랍 정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아랍 세계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첨예한 정치적 대립으로 단일한 컨센서스를 만드는 데 실패해 후보가 난립하는 등, 선거 패배를 자초한 측면이 오히려 크다. 영국 소재 싱크탱크 채덤 하우스(Chatham House)의 레슬리 빈야무리(Leslie Vinjamuri) 박사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빈야무리 박사는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네스코 입장에서 (같은 나라 문화부 장관 출신의) 아줄레 사무총장을 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 시대적 필연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인) 프랑스 출신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조직 내부 분열을 가져온 정치적 대립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희망으로 응답하라 

오드리 아줄레 사무총장은 취임 연설을 통해 조직의 재정 위기, 정치적 충돌, 지구촌 이슈를 둘러싼 유네스코의 활동과 그 한계를 두루 언급하며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유네스코의 임무에 충실하고 그것을 지지해야 할 때임을 힘주어 말했다. 미국이라는 거인이 조직을 탈퇴하고 재정 상황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그 틈을 비집고 다른 회원국들이 다자주의에 기반한 유네스코의 전통을 흔들지라도, 2차 대전의 잿더미 속에서 평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국제기구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초심만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뷸라스 조교수는 (미국의 탈퇴를 불러온 유네스코의 현 상황이) “당장 연쇄 탈퇴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2차대전 이후 힘들게 쌓아 온국제 질서를 후퇴시키는 티핑포인트(tipping pont)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줄레 사무총장의 다짐대로 유네스코가 뿌리부터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뿌리부터 돌아보고 개혁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사무총장 선거에 입후보한 아홉 명의 후보들이 모두뿌리부터의 개혁’(grass-roots reforms)을 공약한 이유도 여기 있다. 앞으로 4, 이 기간 내에 아줄레 사무총장은 프랑스 파리의 모로코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자신의 출신 배경만큼이나 다양한 유네스코 안팎의 요구에 나름의 답을 내놓아야 한다. 유네스코 역시, 열한 번째 사무총장과 함께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라는 일부 비판에 맞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

 

*참고자료

unesco.org “Audrey Azoulay appointed as Director-General of UNESCO”

japantimes.co.jp “With U.S. move, new UNESCO leader inherits cultural body in turmoil”

france24.com “How Qatar crisis played a role in Azoulay’s election as UNESCO chief”

timesofisrael.com “New UNESCO chief says US pullout ‘not the end’ of agency“

washingtonpost.com “Trump is pulling the U.S. out of UNESCO. The bigger pattern is the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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