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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U.잡/ 도시가 바뀌어야 시민이 행복하다
등록일 2018-10-05

한 통계에 따르면, 현대 도시인들이 출퇴근에 소모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100(1시간 40)이 넘는다. 직장생활을 30년이라 어림잡으면 무려 14400시간(600 )에 해당하는 이 시간을 우리는 도로에 쏟아버리고 있다. 출퇴근 시간 동안 지하철과 버스에서 몸은 녹초가 되고 정신은 한없이 피폐해지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구제불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기술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도시의 교통시스템이 지금보다 훨씬 똑똑해져야 한다. 인공지능이 보행자와 자동차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신호등을 조절해, 사람이나 차가 멈춰 기다 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지금처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일터가 모여있는 도심이 분리돼 있지 않고, ‘직주근접 환경으로 도시가 다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일터와 집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 자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유럽의 구도시들이 그 렇듯 삶터와 일터가 가깝게 연결되고 문화 공간과 쇼핑 공간도 삶터에 인접해 있다면, 인생 중 600일에 해당되는 출퇴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핀란드 헬싱키 시가 짓고 있는 유명한 스마트도시 칼라사타마(Kalasatama)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여 시민들에게매일 1시간의 여유를 돌려주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버려진 항구였던 칼라사타마에서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교통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소흐요아(Sohjoa)라는 자율주행버스가 주택 단지를 운행하며 시민들을 안전하게 이동하게 해준다.

     전 세계 도시 면적은 육지의 1%에 불과하지만, 지구 인구의 54%가 도시에 모여 살고 있다. 40억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들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하고, 심각한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 쓰레기 방출, 지나친 물 소비 등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범죄와 사고도 도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벌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망가뜨리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도시는 더 이상 우리 삶을 지탱해줄 행복을 만들어 줄 지속가능한 공간이 못 된다. 우리의 문명을 행복하게 담아낼 수 있는 안전한 그릇도 더는 아니다. 따라서 이렇게 도시가 마냥 커지고 계속 성장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유엔은 앞으로 도시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인 66 억 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산타페 연구소 제프리 웨스트 박사에 따르면, 도시의 크기가 10배 늘어날수록 그 도시의 창조성은 17배 늘어난다. 한 도시의 생산성과 창조성은 사람 수나 면적에 비례해서 커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도시가 20세기 문명의 창조 엔진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농촌은 도시로 변모하고, 작은 도시는 큰 도시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 도시는 수많은 장점들과 함께 치명적인 문제들을 초래하는 지구 문명의 위협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된다면, 언젠가 지구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도시는 곧문명의 종말을 뜻한다.

     인구 오백만 명, 천만 명의메가시티는 이제 행복한 문명을 담아내기 어려운 그릇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인구 10만 이하의 소도시가 좋은 교육, 다양한 일자리, 믿을 만한 의료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힘들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크기의 도시, 생산성과 창의성은 유지하면서도 시민들의 다양성과 행복도 존중되는 도시를 구현하는 것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미래전략대학원장

물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는 <과학콘서트>, <크로스>, <시네마 사이언스> 등 쉽고 재미있는 과학 저서를 통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과학 저술가이자 강연자로 평가받는다.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 인문학을 자유로이 넘나드는통섭형 인간으로 꼽히는 정 교수는 현재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이론을 통해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알..U.은 인기 TV프로그램 제목처럼알아두면 쓸 데 있는 UNESCO 잡학사전의 준말로, 유네스코의 주요 관심사이자 활동 영역인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사들의 칼럼으로 구성되는 코너입니다. 매월 다양한 관점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구성된 교육, 과학, 역사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