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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현장스케치 | 다시 시작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다리며
등록일 2020-09-04

2020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온라인 워크숍

다시 시작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다리며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해 대외 협력사업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2009년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개최해 오던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 또한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워크숍이라는 한계를 이겨내고 열흘에 걸쳐 성공적으로 일정을 마무리한 2020년도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의 현장 모습을 전한다.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은 지난 2009년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록유산 강국인 한국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세계 여러 국가들이 자국의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이나 지역목록으로 올리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사업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올해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은 개최 여부 및 그 방식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고민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기존에 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워크숍을 온라인 워크숍으로 대체하기로 했고, 여러 논의와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올해 4월 말이 되어서야 온라인 워크숍 개최와 관련한 기본 계획을 마련 수 있었다.

전체적인 방향은 설정했지만, 기존에 익숙한 소규모 화상회의의 기능 및 방식으로는 기존 워크숍의 내용을 담아내면서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세계기록유산 전문가들이 주로 거주하는 유럽과 호주, 그리고 지역 내에서만 5시간의 시차가 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참가자들이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게 실시간 온라인 워크숍에 참여토록 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예년에 비해 워크숍 실시 기간을 열흘 정도로 길게 잡고, 시차를 고려하여 한국시각으로 오후 4시부터 하루 세 시간 가량씩을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세계기록유산 제도와 등재신청서 작성 관련 전문가 강의를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작, 7월 말부터 배포해 참가자들이 그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아태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광활한 지역이며, 동시에 다양한 문화·역사·인종적 배경을 포괄하는 역동적인 곳이다. 세계기록유산 부문에서도 전체의 22%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으로 올수록 아태지역 출신 세계기록유산 등재 건수 증가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번 워크숍에서 다루게 될 등재신청서의 주제와 내용은 어떠할지, 기존에 등재된 기록유산들과 비교해서는 어떤 개성이 있을지, 워크숍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적잖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약 30여 개 아태지역 국가에서 작성한 등재신청서 중 전문가 심사를 거쳐 선발된 총 6편의 등재신청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르메니아 국민악파의 창시자로 알려진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수도원장 코미타스가 남긴 민족음악작품 모음(아르메니아), 빈곤한 백성 구제에 관심이 많았던 왕족 출신 여성이 남긴 꽃무늬 장식 시집(아제르바이잔), 소비에트 시절 자치공화국 수립에 관여한 젊은 ‘국부(國父)’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고뇌와 신생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남긴 일기(키르기스스탄), 무조건적 격리가 아닌 건강한 공동체 생활방식을 통해 나병환자에게 치유의 희망을 주고자 했던 “희망의 골짜기” 관련 영상기록(말레이시아) 등 여느 해보다 내용과 구성 면에서 풍성하고 완성도 높은 등재신청서들이 이번 워크숍을 위해 준비되었다.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워크숍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및 전문가 그룹과 최대한 열린 자세로 소통하며 등재신청서 준비 과정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국제 전문가 그룹도 참가자들의 이러한 열의에 화답해 지난 20여 년간 세계기록유산 분야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이번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 부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도 향후 등재신청서 준비를 위한 소중한 정보를 얻었고, 국내에서 새로운 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제주 4·3평화재단과 서해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측 참가자들도 여러 전문가 및 타국 관계자들과 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더불어 기록유산 분야 카테고리2센터로 새롭게 개장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까지 온라인 워크숍에 참여하여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세계기록유산 신규 등재를 위한 모든 이들의 열망이 한데 모인 덕분인지, 올해로 12회 째를 맞이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은 전례없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면서도 큰 문제 없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록유산제도 개편 작업을 위한 작업반 시한이 2021년 상반기까지 연장된 만큼, 신규 목록 등재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신규 등재 심사 재개 여부와 상관 없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자국의 자랑스러운 기록유산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한 강한 열정과 희망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 소개된 완성도 높은 등재신청서들이 등재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차후 재개될 등재 과정에서는 전례없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에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국가간 경쟁을 부추기는 수단이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소중한 기록유산을 잘 보존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워크숍 개·폐회사에서 강조했고, 모든 참가자들도 이러한 목적과 방향성에 공감을 표했다. 부디 이번 워크숍을 거쳐간 신규 등재신청서들이 성공적으로 기록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지난 2017년에는 세계보건기구를 통해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천연두가 박멸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모쪼록 이번 코로나19 사태 또한 우리 모두의 단합된 힘으로 이겨내고, 그 과정이 언젠가 인류의 소중한 기억으로 후대에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모두에게 힘들었던 2020년이 그렇게 나쁜 기억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 같다. 

 

이동현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