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유네스코뉴스

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인터뷰 | 이성훈 경희대 미래문명원 특임연구원 "지속가능발전목표, 단순한 목표가 아닌 생존을 위한 도구"
등록일 2021-01-04

이성훈 경희대 미래문명원 특임연구원

지속가능발전목표, 단순한 목표가 아닌 생존을 위한 도구

 

우리 인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9년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발간한 SDGs 해설서 『우리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집필에도 참여한 바 있는 이성훈 경희대 미래문명원 특임연구원으로부터 여러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어 보았다.




이성훈 경희대 미래문명원 특임연구원은 인권과 국제개발협력 및 국제 시민사회 분야 전문가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방콕의 아시아인권단체연합(FORUM-ASIA)과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ADN) 사무총장, CIVICUS 국제이사,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경희대와 성공회대에서 

인권과 개발협력, SDGs에 대해 강의를 해왔다.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키로 약속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의 시한이 10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와 한국에서의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15년 9월 유엔 총회가 SDGs를 채택하고 이어 12월 파리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에 성공적으로 합의했을 때 국제사회는 다소 낙관적 분위기였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악화되는 국제적 불평등을 막고, 다가오는 에너지와 식량 및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방향과 방식에 국제적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각국 정부는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구성된 SDGs를 바탕으로 개별 국가의 조건과 맥락을 반영한 국가 차원의 SDGs를 채택하여 실행해 왔습니다. 한국도 ‘K-SDGs’란 이름으로 지난 2018년 말 17개 목표하에 122개의 세부목표와 214개의 지표를 채택했고, 적지 않은 수의 지자체가 지방 SDGs를 만들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5년 전의 기대에 비추어 볼 때 지난 5년간의 SDGs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된 이유는 국가 차원의 이행 목표를 만드는 과정에 시민의 민주적 참여가 부족했고, 계획 이후에도 기존 관행에 실질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이 향후 10년을 SDGs의 적극 이행 기간으로 선포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지난 5년은 향후 10년의 마라톤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5년간의 성과가 미흡한 상황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SDGs 이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그에 따라 목표 수정에 대한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팬데믹 이후 새로운 형태의 빈곤이 늘어나면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고, 대부분 국가가 SDGs 달성에 써야 할 재정을 코로나19 긴급대응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팬데믹 이전부터 ‘자국중심주의’ 경향이 부각되면서 국제적 차원의 SDGs 문제해결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먹구름을 폭우와 장마로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SDGs 이행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SDGs를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SDGs 세부목표에도 감염병에 대한 해결 방안이 이미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극복 방안 역시 SDGs의 틀 속에서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논의 역시 SDGs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 같습니다. 이번 팬데믹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SDGs 달성을 위한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논의를 집중해야 할까요?

코로나19를 더 큰 위기의 전조 증상이자 경고로 삼아야 합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공중보건 위기를 넘어 인간의 위기, 더 구체적으로 총체적인 인권의 위기”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는 과잉개발과 기후위기로 인한 동물서식지 파괴에 원인이 있다고 많은 과학자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인간이 자연과의 사이에서 ‘선을 넘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국가 내 공중보건 문제를 넘어 보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당장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생태적 녹색전환을 위해 기존의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부가 녹색 디지털 뉴딜을 선언하고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정의로운 실행’입니다. 한국사회는 1990년대 말 IMF 위기를 극복해냈지만 그 후유증으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과거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위기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SDGs가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속가능발전’이라 하면 먼저 환경 관련 이슈를 떠올립니다. 대중이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등을 포함해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SDGs를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환경문제로 국한해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경제발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SDGs에는 경제, 사회, 환경 문제뿐 아니라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등의 거버넌스도 중요한 목표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SDGs는 모든 회원국가가 일차적으로 자국내에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자 동시에 국제협력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글로벌 목표이기도 합니다. 성평등(SDG5), 경제적 평등(SDG10), 기후정의(SDG13), 그리고 평화와 인권 및 민주주의(SDG16) 등 보편적 가치를 표상하고 있는 범분야(cross-cutting)의 목표와 함께 사회, 경제 및 환경 분야의 개별 이슈와 목표를 다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SDGs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SDG 세부목표 4.7에서 강조하고 있듯, 세계시민교육은 SDGs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 되어야 합니다.

 


 

제프리 삭스 교수 등이 2019년에 작성한 “SDGs 달성을 위한 여섯 가지 전환”의 내용. 

삭스 교수는 『지속가능발전보고서 2020』에서 이 원칙이 코로나19 이후 사회의 재건 과정에서도 중요한 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SDGs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이해가 있는 상황에서 모두 함께 이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DGs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합니다.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SDGs를 둘러싼 다양한, 때로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합니다. SDGs가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에 실현 불가능한 ‘희망 사항 목록’으로 간주하는 의견도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SDGs의 가장 큰 기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 문제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향과 틀을 제시해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목표 중심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SDGs의 17번째 목표에 정책일관성, 다자간 파트너십과 데이터 등 시스템적 이슈가 세부목표로 담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SDGs는 ‘목표’라기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경제적·생태적 지속가능성 실현을 위한 ‘도구’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SDGs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나 학계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시민들이 모두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SDGs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강조한 통합적 접근(whole-of-SDGs)과 함께 범정부적 접근(whole-of-government approach)과 범사회적 접근(whole-of-society approach)이 삼위일체로 유기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대간 정의는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개념입니다. ‘2030의제’에서 ‘2030’은 SDGs의 달성 목표 연도인 동시에 2030 청년 세대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의제는 2030 세대가 이끌어 가야 합니다. 2030 세대가 30-40대가 되는 2030년, 그리고 50-60대가 되는 때에 지구의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질지 악화될지는 현재 2030 세대의 참여와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SDGs 이행이라는 큰 과제를 이끌어 가야하는 유엔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지난해 유엔은 창립 75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9월 유엔 총회에서 75주년 특별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유엔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화’를 모토로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미래와 유엔의 역할을 주제로 다양한 대화와 논의를 주도했고, 그 결과를 특별 결의안에 담았습니다. 지난해 2월에 열린 제2회 평창평화포럼에서는 유엔 창립 75주년 기념사업(UN75)을 담당하고 있는 파브리지오 혹쉴드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이 참석해 세계 시민사회 대표와 대화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코로나 회복과정에서 재난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이 평창 대화의 핵심 질문은 ‘25년 후인 2045년 미래 전망은 무엇이며,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였습니다. 유엔은 SDGs 보다 더 장기적으로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를 내다보며 군사비 감축과 핵무기 금지, 그리고 항구적 평화를 위한 전쟁폐지 등 SDGs에 미처 포함되지 못한 중요한 과제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입니다.


끝으로 SDGs의 달성뿐만 아니라 그 너머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유네스코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지향해야 하는 바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SDGs의 실질적 이행에 유네스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SDGs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급변침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큰 방향 전환 이전에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SDGs의 가이드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12월 발간한 2020년 연례 인간개발보고서(HDI)의 제목은 ‘Next Frontier – Human Development and the Anthropocene’였습니다. 개발 분야의 대표적인 유엔 기구가 많은 사람에게 아직 생소한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용어를 제목으로 채택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2019년 보고서의 핵심 주제는 21세기 불평등이었습니다. 인류세란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 와 시대를 의미하는 ‘cene’의 합성어로, 인류가 지구환경, 특히 대기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 지구적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UNDP가 이러한 인류세 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원인에 대한 이해와 향후 방향 제시에 있어 우리 인류의 책임과 해결 의무를 무겁게 인식하자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역시 ‘탄소사회의 종말’을 맞이하여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새로운 사회와 시대를 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