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쓰레기통 없이도 깨끗한 학교, 상상하실 수 있나요? 2015-01-06 (조회수 10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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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등 심각한 재해를 입으면서도 무지와 가난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가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 (Asian RICE Project)가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변화현상에 취약한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 및 기술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올해부터 한위는 이 프로젝트를 ‘유네스코 브릿지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로 개편, 시행할 예정이다. 그간 펼쳐온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 중 우수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 RICE란? : ‘Regional Initiative for Climate change Education’의 약자로 ‘지역주도적 기후변화 교육’을 의미합니다. RICE 프로젝트 우수 사례 / 스리랑카 사우스랜드 중고등학교 “쓰레기통 없이도 깨끗한 학교, 상상하실 수 있나요?”
인도양에 인접한 천혜의 해양경관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록수림만 보면 스리랑카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난 안전한 곳으로 보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스리랑카에서는 연간 약 2억 6000만 개의 비닐이 버려져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으며,비닐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온실가스 및 유독한 성분이 생물다양성과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이 제조 과정부터 폐기물이 되기까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스리랑카에서도 점차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활동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번 호에서는 플라스틱 폐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지력 향상 및 녹지공간 증가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완화시키고 있는 유기농업 시행 사례를 소개한다.
스리랑카의 옛 수도인 콜롬보(현재 수도는 콜롬보 생활권 내에 있는 스리자예와르데네푸라코테)에서 남쪽으로 약 140㎞ 떨어진 스리랑카 서남부지역 중심지 갈레(Galle)에는 130년 전통에 빛나는 사우스랜드 중고등학교 (Southland College)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 등 폐자원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주목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학교 차원의 캠페인 활동을 구상하고 있었다. 사우스랜드 중고등학교의 주임교사인 파티라나(Pathirana·44) 씨는 마침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통해 유네스코스리랑카위원회에 전달된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 관련 모집 안내를 보고 학교 캠페인 활동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파티라나 씨는 먼저 전교생 4000명과 직원 200명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폐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교실에 있는 쓰레기통을 없앴습니다. 대신에 학교에서 발생한 폐품을 직접 수거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가방(Green Bag)을 학생들에게 하나씩 지급해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제품임을 감안해 플라스틱 제품을 쓰고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는데, 그만큼 우리 생활이 플라스틱 제품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편의 추구가 결국 기후변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을 강조하였더니 학생들도 이를 이해하고 잘 따르기 시작하더군요.”
파티라나 씨의 야심찬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리랑카는 적도에서 멀지 않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연중 직사광선이 강하고 장시간 야외활동이 쉽지 않은 편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기후 특성이 점차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가 밀집거주지역 부근에 녹지를 조성하는 일인데,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이를 관리하고 넓혀나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본적인 녹지 조성을 통해 나무 그늘을 만들고 여기에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텃밭을 가꾸어 유기농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이를 시장에 파는 일이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즉,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한편 어업이나 간단한 제조업종에 주로 종사하고 있던 갈레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 창출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유기농법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안중 하나라는 사실은 여러 보고서들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화학비료 위주로 농사가 이루어졌던 땅에 유기농 거름을 주고 작물을 재배할 경우 이산화탄소 등 대기 중 온실가스를 붙잡아두는 탄소저장능력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사우스랜드 중고등학교 주변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분의 땅이 있어서 이를 나무 그늘로 가린 후 양배추, 풋고추, 가지 등 식용작물들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유기농 거름은 학교 교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간단한 정제과정만으로도 큰 효과가 날 수 있는 낙엽과 건초더미, 기타 유기물을 활용해 만들었다.
처음에 학생과 교직원 위주로 시행되었던 사우스랜드 중고등학교의 기후변화교육 활동은 학생들을 통해 점차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이목을 끌게 됐고, 자연스럽게 주민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에 동참하는 결과를 낳았다. 학교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비닐 사용량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학교 텃밭을 가꾸고 녹지를 조성하는 일에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다. 파타리나 씨는 앞으로도 계속 학교 차원의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다며 향후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갈레지역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LP가스를 주된 연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를 점차 바이오가스로 대체할 수 있도록 ‘인식전환 캠페인’과 바이오가스집적시설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려 합니다. 아울러 직사광선이 강한 지역 특징을 장점으로 살려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이를 대체에너지의 하나로 활용하는 방안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검토해보려고 합니다.”
■ 이동현 과학팀
참여 학생 한 마디 / 가누쉬 틸라카라트네(Ganushi Thilakarathne), 사우스랜드 중고등학교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커다란 변화 불러올 거예요”
“우리 학교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활동 중에는 폐품 관리 말고도 유기농업을 통해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자연과 보다 친숙해지는 활동도 있었어요. 저희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와 주변 지역사회에서 자연분해가 가 능한 여러 유기물을 수거해 유기농 거름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저와 저희 가족, 학교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이 그늘진 텃밭에서 여러 종류의 채소를 직접 가꾸고 수확했습니다. 화학비료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신선한 채소를 제 힘으로 길러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요.이렇게 땅과 친해지는 것이 결국 스리랑카의 기후변화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고 극복할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된 뒤부터 더욱 열심히 활동에 동참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우리 학교와 주변 지역을 가꾸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우리들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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