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주기만 한다고요? 받는 게 더 많습니다 2015-01-07 (조회수 8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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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20년 동안 연구한 한스로슬링(Hans Rosling) 교수는 세계적인 지식공유 강연회 ‘테드’(TED)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은 200가지가 넘는 종류의 와인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난 오직 ‘레드’와 ‘화이트’ 2가지 종류밖에 알지 못한다. 한편, 나는 200국이 넘는 나라를 알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현지인들은 오직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2가지 종류의 나라밖에 알지 못 한다’ 라고. 아프리카 사람들과의 사고 차이를 재치 있게 그리고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한스 로슬링 교수가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이원화하는 아프리카의 빈곤함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부분의 와인 사례를 통해서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기 위함이었다. 나 역시도 이 글을 통해 (모두가 떠올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가 아닌) 내가 만난 말라위, 내 이웃들의 진정 자유롭고도, 자연과 일치되어 살아가는 위대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내 이웃들은 대부분 새벽 5시면 기상을 한다. 어느 마을이든 ‘자연 알람’이 있다. 바로 수탉의 울음이다. 새벽 4시에서 4시 30분부터 울어대는 닭 때문에,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자연스럽게 한다. 자연 알람 못지않게, ‘자연 시계’도 있는데, 그건 바로 ‘해’다. 내 이웃들에게 해의 이동은 매우 중요하다. 해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은 눈을 뜨고, 밥을 짓고,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나 역시 자연 알람과 자연 시계에 익숙해 지려 하고 있으나, 스마트폰의 편리성에서 벗어나 내 이웃들을 따라 하기란 정말 어렵다. 현지에서는 정전이 자주 그리고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나에겐 휴대폰, 아이팟, 노트북 등 충전을 해야 할 전자기기가 많고, 전기 스토브로 음식을 하기 때문에 정전이 되면 나의 삶이 멈추는 느낌이다. 작년에는 3일 연속 갑작스런 정전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었지만, 내 마을 주민들에게 정전은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사소한 일이다. 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손전등이나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이용할 때, 내 이웃들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정확하게 구별해 낸다.
말라위에 와서 많은 시간을 걸어 다녀야 했다. 내 발가락에 곰팡이균이 번식하고, 제때 치료를 하지 않아서 2차 감염으로 진행되어 몇 달간 고생을 한적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산 중턱이다. 브릿지 사업장인 나피니 지역학습센터까지의 길은 비포장에 흙과 돌이많아 험하지만, 내 이웃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맨발로 잘 걸어 다닌다. 신발을 신는 경우는, 길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격식을 차려야 하는 미팅 또는 일터에 가야 할 때이다. 우리 아이들의 발바닥을 만져보면 돌 덩어리처럼 딱딱하다. 물론 맨발로 다녀서 부상을 당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리 심각해 하지 않는다. 곧, 나을 것이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브릿지 사업의 일환으로 나피니 지역학습센터 내 유치원 급식을 위해 텃밭을 가꿨었다. 내가 구별할 수 있는 작물 종류는 옥수수와 호박 등 정말 눈에 훤히 보이는 작물들밖에 없었다. 내눈에는 다 똑같은 텃밭처럼 보이는데도 서너 살짜리 우리 유치원 아이들은 모든 작물을 정확하게 구별해 냈다. 뿐만 아니라, 수확 시기가 돼 텃밭을 가면 주변 곳곳에 가시가 있는 잡초류 식물이 많은데도 내 이웃들은 맨손으로, 맨발로도 들어가서 수확을 했다. 나는 텃밭에 들어가는 내내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 모습이 이웃들에겐 그저 소소한 웃음거리일 뿐이다. 내가 본 내 이웃들의 삶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조화롭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이다. 이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게으름’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에서 나의 삶은 늘 바쁘게 움직였으며, 내가 아닌 세상이 정해 놓은 시간표에 맞춰서 살았던 것 같다. 나에게 아프리카, 말라위, 내 이웃들의 삶은 다시금 나에게 삶이 무엇인지, 항상 내 옆에 숨 쉬고 있는 자연, 그리고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도록 해주었다. 더 많은 사례와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내가 가슴 깊이 느꼈던 그 감동과 동경이 충분히 전해졌길 바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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