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아프리카 현장에서 들리는 역경과 희망의 변주곡 2015-01-09 (조회수 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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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소한 것에서,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감동이 찾아올 때가 있다.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감동의 순간들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이어진다. 2년간 활동했던 잠비아 솔로본 마을을 다시 찾던 순간도 감동이었다. 그리고 감동이 큰 만큼 수많은 생각이 뒤따랐다. 내가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혹시 되려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기존의 사업들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하는 걱정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문제들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무겁게 다가왔다.
현장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일들이 뒤따르는 듯하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역시 그런 일들 중 하나다. 더 나은 발전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연다.
솔로본 마을에는 브릿지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부터 1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땀 흘리고 있지만 ‘봉사 활동’이기에 이들에게 물질적인 지원은 돌아가지 않는다. 문해프로그램의 경우 일정 과정을 이수하면 ‘교사’가 돼 소정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 그런 혜택이 없다. ‘한정된 자원’ 때문일 터이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부분이다. 얼마 전 겪은 안타까운 일을 소개한다.
마을에서 컴퓨터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는 청년 중에 사이먼이 있다. 지난 3월호 <유네스코 뉴스>에 ‘새벽 6시부터 지역학습센터 문을 두드리는 봉사자’로 소개되었던 바로 그 청년이다. 2기 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사이먼으로부터 잠비아 최고 대학인 잠비아 대학에 최종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가 얼마나 원하고 이를 위해 노력했는지 알기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봉사활동에, 대학입시 준비에,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닭을 키우는 세 가지 일을 그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성실히 해낸 그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사이먼에게 불운이 닥쳤다. 학비 마련을 위해 키우던 닭들이 모두 죽어 입학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이먼과 만나면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마을에 도착해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마음은 착잡했다. 어느 새 그가 눈물을 흘리면서 힘 없는 목소리로 한탄했기 때문이다. 자기는 실패자라고. 그렇게 정직하고 긍정적이며 강하던 친구에게서 ‘실패자’란 말이 나오게 만든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사이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는 현실이 미웠다.
다행히 사이먼은 스스로 일어섰다. 자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며 매일 아침7시부터 오후7시까지 12시간을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힘쓰고 있다. 한 푼도 못 받는 일이지만 그 일이 마을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길이기에 자기 아픔마저 한켠으로 밀어 놓은 것이다. 오늘도 그는 새벽 6시에 지역학습센터 문을 열어달라고 내 방문을 두드린다.
내가 겪은 사이먼은 아프리카 빈촌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남을 돕는 청년이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채를 심어 팔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왔다. 야채를 팔고 남은 돈으로는 토마토 씨앗을 심었고, 토마토를 팔아 처음으로 50마리의 병아리를 사서 1년간 400마리까지 늘렸다. 하지만 돌림병으로 인해 희망은 순식간에 좌절로 바뀌었다. 병아리들이 한꺼번에 죽으면서 가족의 생활비와 사이먼이 마련하고자 했던 학비 또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공교롭게도 지역학습센터에서 사이먼의 도움으로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마을을 떠나간 몇몇 청년들은 좋은 후원자를 만나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들과 이먼의 모습이 순간 교차했다.
사이먼은 마을의 자산인 학습센터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둑과 싸우기도 했다. 센터의 전기와 물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보수공사를 하고 텃밭개간까지 돕는 등 무한한 봉사를 제공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관련 분야에 대한 학습 또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사이먼처럼 지역학습센터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청년은 케이디, 안톤까지 세 명이다. 이들 외에도 주리어스가 관리자로 있고, 아사가 부교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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