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당신의 이름은 ‘타리로’, 희망이란 뜻이에요 2015-01-12 (조회수 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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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너의 쇼나 이름이 생각났어!” 나의 ‘쇼나 이름’(지역어 이름)을 지어 준다던 친구가 이틀 만에 나타나서 말을 걸었다. “진짜? 뭔데?” “타리로!” ‘타리로(Tariro).’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쇼나 이름이다. “응 타리로! 너의 티셔츠를 보았어. Bridge Hope in Africa Villages. 아직 너는 네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그래. 네가 여기 온 것만 해도 이 아이들은 널 너무 좋아하잖아. 그리고 너를 따르고. 그것만 해도 넌 이 아이들에게 희망인거 같아. 그래서 타리로 라는 이름이 네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새내기 브릿지 활동가로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털어 놓았더니 그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 두었었나 보다. 좋은 친구가 생겼다.
마을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우논지 아니?(이름이 뭐예요?)” 그러면 나는 쇼나 이름을 말해준다. “디논지 타리로.(내 이름은 타리로야)” 동양여자애가 쇼나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다들 웃는다. 분명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에 마이클 같은 애가 와서 자기 이름이 철수라고 하는 것 같은 맥락이리라. 하지만 희망이란 뜻의 타리로란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곳은 문해교육을 돕는 ‘지역학습센터’라는 거창한 이름이기는 하지만 멀쩡한 건물 벽 하나 없는 곳이다. 선생님 집 앞마당에서 아이들은 8시만 되면 모여서 함께 공부를 한다. 칠판이 없어서 흙바닥에 쓰며 글자를 익히고, 책이 모자라서 2명 또는 3명이 나누어서 보면서 공부를 한다. 교실하나 없는 곳이지만 아이들의 희망이 자라는 것만 같아서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며칠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교과서와 필기구, 칠판, 분필 등 절실히 필요했던 물품들이 도착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너무 기뻐하면서 내게 고마워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시간들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동네어른들께 인사를 하러 다니면서 보낸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반가워하신다. 특히 지역학습센터 성인 문해교실 학생이자, 양계장을 하시는 엘리스 아주머니는 오늘 갓 받은 계란이라며 내게 꼭 몇 개씩 쥐어주신다.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해도 늘 다음에 그렇게 하라며 웃으며 주시곤 한다. 어른들은 내가 쇼나어를 조금만 해도 좋아해주시고 거리를 지나다니면 아이들은 “How are you, Tariro?”라며 내 이름을 외치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아직 마을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동네사람들은 나를 타리로, 희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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