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그 작은 집에 어찌 그리 나눌 것이 많을까요?" 2015-01-12 (조회수 7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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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무세키와 아주머니는 제가 일하고 있는 타파라 지역학습센터(이하 센터) 졸업생으로 요즘엔 정규 교육기관인 마부쿠하이스쿨 야간과정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국어인 ‘쇼나어’도 말할 줄만 알 뿐 쓸 줄은 몰랐고, 영어는 꿈도 꾸지 못했던 무세키와 아주머니. 하지만 이제는 쇼나어와 영어 모두를 훌륭하게 구사합니다. 누군가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던데, 아주머니에겐 소소한 행복을 뜻하는 또 다른 말이 바로 교육입니다. 브릿지 프로젝트는 그녀에게 삶의 즐거움이자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힘입니다. ‘졸업생’이지만 아주머니는 여전히 센터를 찾습니다. 브릿지 소득증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는 곳에서 센터가 있는 타파라로 나오기 위해서는 한 시간 반을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주머니의 손뜨개질 실력은 최고입니다. 처음 배운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다른 그룹원들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납니다. 아주머니 집에 가면 직접 만드신 많은 물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가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기말고사가 끝나면 꼭 오라”고 누누이 얘기하십니다.
얼마 전 그 약속이 이뤄졌습니다. 집이 하도 멀다고 하셔서 겁먹고 있었는데, 다행히 ‘리프트’라고 부르는 차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논 사이로 난 길을 한참이나 간 뒤에야 작은 촌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야외 화장실같이 생긴 곳을 가리키며 집에 다 왔다고 합니다. ‘도대체 뭘 보고 자기 집이라고 하는 거지? 저건 아닐 텐데. 저건 아니어야 해. 저건 아닐 거야.’ 오만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데, 아주머니는 그 곳의 문을 열고야 말았습니다. ‘아. 이걸 원룸이라고 해야 하나? 1평이나 될까?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 쓰레기는 어디에 버리는지, 휴대폰은 어떻게 충전하는지…’ 내가 집 안에 들어서자 아주머니는 먼저 감사 기도를 드리고, 나를 대접하기 위해 주섬주섬 뭔가를 준비하십니다. 그런 아주머니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 어떤 질문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 53세인 무세키와 아주머니는 1993년에 남편을 잃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난 남편. 아주머니는 바느질과 재활용 의류를 팔아 학교를 다니고, 교회에 다니고, 주말에 딸의 가족을 만나는 행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센터에서 만난 동양인 처녀가 어느새 아주머니에겐 또 하나의 가족이었나 봅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해주고, 친척이자 이웃인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 소개도 해주고, 빵과 음료도 대접해주고, 그래도 뭔가 주고 싶은데 줄 게 없다며 한 번도 해보지 않고 걸어 놓기만 했던 목걸이까지 선물해 주셨습니다. 어찌 그 작디 작은 집에 나눌 것이 이토록 많은 걸까요. 밖에서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들립니다.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아주머니는 남은 빵을 싸주며 가방에 넣으라고 하십니다. 길을 잃을까 걱정된다며 도착하면 꼭 전화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마치 친딸이라도 멀리 보내는 어머니 같습니다. 시장에서 찬거리를 사고 집에 들어오니 전화벨이 울립니다.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잘 들어갔냐고 전화를 하신 겁니다.
오늘은 짐바브웨 생활의 클라이맥스입니다.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무세키와 아주머니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립니다. ‘난 지금까지 뭘 했던가.’ 베풀고 나누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많이 받은 사람은 나였습니다. 내 인생의 불평과 불만족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저 그녀의 딸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픈 그런 딸이. 사랑해요. 무세키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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