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목표는 분명합니다. 바로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 2015-01-12 (조회수 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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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 2차 현지 방문을 실시했다. 이번에 방문한 나라들의 공통 교육대상은 ‘여성’이었다. 종교적 이유에서 비롯된 문화적 관습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서남아시아 지역은 여성의 교육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남편에 순종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에게는 글을 배울 이유도 목적도 없다. 하지만 한위의 활동을 통해 ‘배움’의 과실을 맛본 여성들은 어떻게든 이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손자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글을 배우는 네팔 산골 마을의 할머니부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기를 거듭해 대학까지 졸업하고 마을로 돌아와 아주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인도의 소녀까지, 배움의 빛은 작지만 그렇게 퍼져가고 있었다. 3국 문해교육 관계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옮긴다.
파키스탄의 분야드 재단은 2002년 ‘유네스코 세종대왕문해상’ 수상 단체로,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푼잡 지역을 대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비정부단체다. 분야드 재단은 특히 청소년과 여성의 비문해율 개선에 관심이 많다. 2012년까지 한위와의 협력 아래 30개 지역학습센터(CLC,Community Learning Centre)에서 약 750명의 여성에게 문해교육을 제공했고, 3~6세 아동 약 750명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교육과정 또한 진행하고 있다. 샤인 아티크(Shaheen Attiq) 부의 장은 이러한 분야드 재단의 활동을 앞장서 이끄는 열정 넘치는 인물이다. 지난 9월 29일, 현지를 방문한 한위 민동석 사무총장과 함께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녀는 교육과 나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쏟아냈다. 사전에 계획된 인터뷰가 아니었음에도 대화 내용은 깊이 있고 열정적이었으며, 또한 생생한 재미까지 있었다. 샤인 아티크 부의장 (이하 아): 돈이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에요. 물건을 살 수는 있지만 돈으론 평화를 살 수 없으니까요.
민동석 사무총장 (이하 민): 부자여서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아: 저는 월급을 받지 않아요. 재산은 모두 분야드에 기부했고, 재산을 줄 자식도 없죠(웃음). 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고 싶거든요. 주머니 속이 아니라. 민: 월급도 받지 않고, 물려줄 재산 욕심도 없이 분야드 재단에 매진하면서 꾸는 꿈이 있을 텐데요. 아: 파키스탄의 여성들이 강해지도록 돕고 싶어요. 늘 남성들을 위해 희생하고 그들의 뒤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여성 말이죠. 그런 점에서 요즘은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분야드의 시스템을 통해 과거라면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을 여성들이 학업을 증진해 나가고 있어서요. 민: 분야드 설립에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아: 1994년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분야드를 설립했죠. 아직까지도 지방에서는 제가 딸들을 교육 시킨다고 말하면 마을 사람들이 굉장히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성들을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서이지요. 하지만 저는 오믈렛을 만들려면 달걀을 깨야 한다고 믿어요. 그 누군가의 첫 희생이 저이길 바랍니다. 민: 파키스탄 내에 분야드처럼 문해교육 등의 사업을 하는 NGO들이 많은가요? 아: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문해교육 사업은 많지 않아요. 아주 적은 편입니다. 사진만 찍고 홍보활동을 하는 일은 많이 하지만 직접 현장에 가서 삶을 바꾸려는 시도는 많이 하지 않아요. 민: 특별히 여성문해교육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 문해교육은 여성을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성이 글을 알면 그에 따른 파급 효과가 굉장히 커져요. 지금 파키스탄에는 여성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해교육 사업이 훨씬 많지만, 학생들의 중퇴율이 아주 높아요. 왜냐하면 엄마가 자녀의 교육에 대해 무지하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게 되거든요. 그래서 여성, 특히 어머니에게 집중을 해야 합니다. 제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는 분명합니다. (여성에게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민: 정확한 지적이세요. 당신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분야드 재단과 함께 일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한위가 협력하고 있는 기관 중 분야드가 최고라 생각합니다. 아: 아니에요. 저희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여성들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려요. 우리 정부도 하지 않는 일이거든요(웃음) 민: 지역학습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아: 전국에 약 300개 지역학습센터가 있어요. 아직 부족한 숫자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통해 아동들을 공교육 시스템으로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설립한 학교로 보내는 거죠. 하지만 성인여성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우리는 7개월 안에 그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하고, 그 후에 책을 주고 그것을 읽게 하고 있습니다. 민: 정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주고 있나요? 파키스탄의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도 도움을 줄 텐데요. 아: 아주 적은 양입니다. 15% 정도예요. 파키스탄 국가위원회에서도 크게 도움을 못 받고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 그들이 나서서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렇게 움직이질 않아요. 한국에서는 어떤가요? 민: 파키스탄 국가위원회와는 달리 한위는 정부 소속이 아닙니다.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우리의 활동과 유네스코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어요. 아: 한국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은데, 그들이 도와주지 않나요? 민: 몇 개 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기업들의 후원 모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를 설득하고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곳 파키스탄에서의 활동도 더 넓혀갈 의향이 있고요. 민: 우리가 교육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건 당장 급한 것이 아니라고들 합니다만, 우리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맞습니다.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이니까요. 민: 그 첫 걸음이 결국 기회를 주고, 인생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겠지요. 아: 맞아요. 내가 처음 하피자바드 마을에 왔을 때 이 마을 전체가 다 진흙으로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진흙으로 된 집이 없지요. 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곳 여성들은 모두 저를 보고 놀랐어요. 머리를 짧게 자른 여성을 본적이 없어서였어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절 보고 놀라지 않아요.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감이 생겼죠. 이게 우리 사업의 증거입니다. 자신감이 있어야만 자신을 변화시키고, 또 자식들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그리고 결국 삶까지 변화시키죠. 자신감이 없으면, 그저 껍데기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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