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의 배움 막던 가족들 이젠 오히려 도와, 그 자체가 교육의 힘 2015-01-12 (조회수 7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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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 2차 현지 방문을 실시했다. 이번에 방문한 나라들의 공통 교육대상은 ‘여성’이었다. 종교적 이유에서 비롯된 문화적 관습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서남아시아 지역은 여성의 교육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남편에 순종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에게는 글을 배울 이유도 목적도 없다. 하지만 한위의 활동을 통해 ‘배움’의 과실을 맛본 여성들은 어떻게든 이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손자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글을 배우는 네팔 산골 마을의 할머니부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기를 거듭해 대학까지 졸업하고 마을로 돌아와 아주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인도의 소녀까지, 배움의 빛은 작지만 그렇게 퍼져가고 있었다. 3국 문해교육 관계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옮긴다. 사리타(이하 사): 지역 모임에서 또래 여성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이 지역사회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크게 됐어요. 그래서 제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의 FLC 교사가 되기로 했죠. 어머니는 이런 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아버지는 아직까지 이렇다 저렇다 말씀이 없으세요. 하지만 제 노력을 보시고 곧 바뀌실 거라 믿고 있어요. 잘리나(이하 잘): 교육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큰 편이었어요. 어리고 경험이 별로 없어서 저를 선생님으로 받아들여 줄지, 그리고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어요. 이곳에서의 교사 경험은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마을 어머니들과 여성들로부터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오히려 많이 얻고 있어서 더욱 보람이 큽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문해교육을 펼친 이후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요. 사: 원래 마을 여성들은 외부와의 교류가 많이 없었어요. 정부 직원들과 얘기하거나 만날 기회도 없었죠. 자연히 정부와 지역 사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복지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문해교육을 받고 나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자, 이런 행정 서비스를 스스로 신청하고 제공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만든 게 가장 큰 변화라 생각해요. 잘: 학생들이 문해교육을 받은 후 실생활에 적용해 쓰는 모습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면 가계부 쓰기, 저축하기 등등이 있죠. 처음에는 여성들이 FLC에 나오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가족들이 많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가족들이 더 많이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렇게 지역사회 전체의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그리고 한위에 전할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 한위가 문해교육사업을 지원해 주는 데 대해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그 덕에 저처럼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다 마치고 선생님이 되어 이 마을 여성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잘: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저처럼 공부를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지역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많이 있길 원합니다. 지구촌의 지붕, 히말라야의 관문인 네팔은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하지만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이슈는 주민들의 의식과 일정 수준 이상의 문해율 없이는 전 국민적인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곳에서 펼치는 한위의 활동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좀 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서 경제적, 정신적 풍요를 얻는 것. 그 모든 것의 출발이 바로 교육이란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마을에서 모범적으로 ‘지속가능발전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시카라푸르 지역학습센터(Shikharapur CLC)를 찾아, 담당자 나빈 아르얄(Nabin Aryal) 씨로부터 교육 현황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카라푸르 지역학습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빈: 시카라푸르 지역학습센터는 단순한 교육뿐 아니라 마을 전체를 하나의 지속가능한 마을(sustainable village)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학습센터에서는 성인과 아동 교육을 실시하고, 농지에서는 유기농 친환경 농업을 하면서 한편으로 폐기되는 병을 활용해 건물도 지었습니다. 이곳에서 직접 운영하는 마을 병원도 있어요. 이렇게 마을 주민의 교육과 보건을 책임지며, 동시에 친환경적인 요소도 있어 ‘지속가능한 마을’이라 부를 수 있지요. 이런 형태의 운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빈: 이곳을 운영하기 위한 우리만의 구호가 있습니다. “이곳이 아니면 어디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If not here, then where. If not now, then when. If not me, then who.)라는 구호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이 센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지역학습센터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나빈: 저희 센터의 장점은 지역 자원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 없는 것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지금 있는 자원과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요.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결혼식 비용을 줄여 건립된 마을 병원’입니다. 네팔에서는 결혼할 때 신부 측에서 비싼 혼수를 해 가는 풍습이 있는데, 이 마을의 한 커플은 비싼 혼수 대신 그 비용을 전액 이곳 센터에 기부했어요. 그걸 바탕으로 병원이 지어졌죠. 여기서 새로 시작한 가족문해교육 (Family Literacy Education)도 저희만의 장점입니다. 아직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이곳에서, 엄마와 딸,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공부하면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교육 받는 것에 대해 점점 더 긍정적인 생각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렸어요.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나빈: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고 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려 합니다. 하천과 삼림 등 네팔의 천연 자원과 재활용을 통해 센터를 운영할 겁니다. 또한 마을 청년들에게 식품가공과 농업 기술 등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이곳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소득창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교육은 때때로 기적을 일으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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