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거리에서 만난 배움의 열망 ‘올리브의 작은 꿈’ 2015-01-12 (조회수 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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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르완다의 동쪽에 위치한 가치보 지역(Gatsibo District)의 키라무루지 섹터(Kiramuruzi Sector). 브릿지 활동가인 제가 요즘 머무르고 있는 작은 타운입니다. 이곳에서 ‘아드라’(ADRA)라는 현지 협력단체와 협의해 주민들을 위 한 새로운 교육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지,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지요. 하루 일과가 끝나면 어김없이 들르는 장소가 있습니다. 마을 사랑방 격인 ‘타운에 살룬’이 그곳인데, 저는 현지 친구인 저스틴(Justine)과 함께 ‘살룬’ 앞 의자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드나드는 주민들에게 서툰 현지어로 인사도 드립니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39세의 아이 엄마, 우위제예 올리브(Uwizeye Olive)를 만났습니다.
올리브는 20년째 이곳 키라무루지의 작은 마을 ‘아카빙고’에서 남편과 네 명의 아이들,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그린바나나와 로컬 맥주를 팔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합니다. 삶은 팍팍하지만 남편을 언급할 때마다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걸 보면 가정이 꽤 화목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오래전부터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현지어인 키야르완다어)을 읽고 쓰지 못하고, 셈도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괴로움입니다.
일을 더 잘해보고 싶고, 아이들에게도 뭔가 가르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너무나 안타까운가 봅니다. 그럴때마다 부쩍 자라나는 것은 배움에 대한 갈증입니다. “글자도 숫자도 모르니, 가게에 온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돈을 계산해서 주는 게 힘들 때가 많아요. 사실 저 혼자 마트에 가는 것도 무서워요. 설명서를 읽지 못해서 남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지만 내용을 알 수 있거든요. 이제는 셈하는 법과 킨야르완다어를 꼭 배우고 싶어요. 나중에 장사가 잘되면 영어와 비즈니스도 배워 외국인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우리 그린바나나를 그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요.” 올리브는 학교(Primary School)를 1년도 채 다니지 못했다고 합니다. 몸이 너무 아파 한동안 등교를 하지 못했고, 몸이 낫고 난 뒤에는 가정형편 때문에 집안일을 도와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학교에 다시 돌아갈 기회를 잃었고, 나이가 들어 가정을 꾸린 뒤에는 가사와 생계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고 지내왔습니다.
르완다에는 그녀처럼 학업 중단으로 문맹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사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이곳에는 막상 올리브 같은 사람들이 글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키라무루지에는 성인을 위한 학교도 없고, 다른 학교에 입학하려면 학비가 너무 비싸니까요.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도 저 스스로 도전하고 직업을구하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지금은 책을 읽을 수 없어서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만약 제가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모든 게 달라질 거에요. 작은 꿈도 이룰 수 있고 마을에서 리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니까요.” 과연 올리브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올까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여성으로서 가뜩이나 성차별이 심한 르완다 사회의 벽을 넘어서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자신의 소박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잠깐 동안의 학창 시절 동안, 학교에 가고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그렇게 기쁘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우리 아이들 중 한 명은 중등학교에 갈 돈이 없어서 지금 일하면서 학비를 벌고 있어요. 아이들만큼은 제대로 교육 받아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어요. 제가 글을 깨우치고 더 열심히 일하려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해요. ”
하루하루가 힘겨운 삶, 다른 무언가를 꿈꾸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올리브.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교육으로 희망을 나누고 잇는 ‘브릿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머지않아 이곳 키라무루지에도 교육나눔 사업인 브릿지의 씨앗이 뿌려질 것입니다. 이곳에 마련될 학습센터에서 글을 배우는 올리브를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때가 되면 친구의 통역 없이 그녀와 더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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