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앞마당 교실에서 우린 꿈을 키워 갑니다 2015-01-12 (조회수 782) |
|
---|---|
짐바브웨 돔보샤와 지역의 타가리라 마을(Tagarira village) 지역학습센터(CLC) 교사인 에밀리는 학생들에게 “집 밖에서 만나는 엄마”입니다. 2011년부터 4년째 이곳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내 능력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것”을 가장 속상해 하는 천생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교실이 없던 때도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가르쳤고, 학습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자신의 땅까지 내놓은 덕에 ‘대인배’로 알려질 만큼 호탕하고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 에밀리에게 교육은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활짝 열린 창문입니다.
CLC에서 교사로 일한다는 것은 직업정신보다 봉사 정신이 더 필요한 일입니다. 개인적인 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만한 월급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에밀리의 주변 사람들 중 일부는 에밀리가 일반 공립학교 교사처럼 월급을 받는 줄 알고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난감한 요청들을 완곡히 거절할 때, 그리고 자기 집 앞 마당을 배움터로 내어 준 데 대한 불편함을 모든 가족이 감수해야 할 때, 그녀는 힘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센터에 오는 더 가난한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여기 오는 아이들 중에는 가난한 학생들이 많아요. 헤진 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 밥도 못 먹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어요. 제 불편함보다는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없는 아쉬움이 훨씬 커요.” 이렇게 선생님으로서의 열정이 넘치는 그녀이지만, 처음부터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돔보샤와에서 세컨더리(중등교육) 과정을 마치고 난 뒤 대학을 가기 위한 졸업 시험을 보는 대신, 그녀는 마을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봉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브릿지 프로젝트와 인연이 닿아 현지 협력기관이자 비문해교육 전문기관인 알로즈(ALOZ)에서 교사 양성 트레이닝을 받고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더 큰 꿈, 더 많은 개인적 기회를 찾는 대신 자신이 받은 것을 마을에 돌려주고자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역학습센터가 마을의 발전 동력이라는 믿음이 저를 이끄는 것 같아요.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능력을 키워 미래의 싹을 틔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어요. 센터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저와 함께 돔보샤와의 발전을 고민하는 동료, 나샤(이가람 활동가)가 있기에 더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그녀 집 앞마당의 간이 교실은 작년에 나름 대폭적인(?) 변화가 있었답니다. 바로 브릿지 프로젝트를 통해 책상과 의자가 들어온 것이지요. 흙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비가 오면 좁은 집에서 불편하게 공부를 해야 했던 아이들이 한결 편하게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기본적인 환경이 이제서야 조금 갖춰졌을 뿐이지만 그녀의 기쁨은 상상 이상인 듯 합니다. “아이들이 공부할 공간이 생겨 너무나 행복했어요. 지금은 건물 증축도 준비하고 있고 얼마 전엔 책과 학용품까지 생겼어요.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집으로 가는 것을 보면 얼마나 흐뭇한 지 몰라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을 그녀는 “시작일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녀에겐 목표가 아직 많이 남아 있거든요. 교실을 더 넓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더 많은 학습자료도 나눠 주고, 또 소득증대 활동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그녀는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돔보샤와 CLC가 외부 도움없이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선생님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많이 나눠 줄 것이 필요합니다. 실질적인 교육 팁, 체계적인 학생관리, 소득증대 활동에 도움이 될 비즈니스나 마케팅 지식도 앞으로 제가 더 배워야 할 부분이에요.” 에밀리에게는 두 딸이 있습니다. 한 아이는 의사, 다른 한 아이는 파일럿이 되고 싶어 한다는군요. 학생들과 자신의 딸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어른의 역할을 기꺼이 맡고자 했고,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곳 CLC는 알게 모르게 에밀리의 주변에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공용어인 쇼나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1차적인 변화입니다. 아동과 성인문해교육뿐 아니라 핸드메이드 세제를 만드는 등 지역 소득증대 사업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더 세월이 지나면 이곳 출신 아이들이 금의 환향하여 마을을 더 멋진 곳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에밀리는 항상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아니, 꾸는 게 아니라 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 꿈의 싹이 지금 에밀리 집 앞마당에서 열심히 책을 보고 있는 저 아이들이니까요.
■ 이소연 브릿지 1팀 인턴
|
이전글 | [말라위]학교에 못 나오는 아이들… “응답하라, 아니(Anni)” |
---|---|
다음글 | [르완다] 거리에서 만난 배움의 열망 ‘올리브의 작은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