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 개발의 중심에서 교육을 외치다 2015-01-07 (조회수 1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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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는 아시아 빈곤 소외 지역의 문해 및 생활 교육을 지원하는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한위 관계자들은 올해 새로 협력사업을 시작한 베트남과 스리랑카 두 나라의 ‘브릿지’ 현장을 다녀왔다. 이 가운데 특히 스리랑카의 ‘열린학교’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정신지체자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따뜻한 교육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열린학교란 과연 어떤 교육 프로그램일까, 그리고 이들에게 한위의 교육지원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 궁금한 점도 많았지만 오히려 한위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방문 후기와 함께, ‘열린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더룸부야야(Thelumbuyaya) 지역학습센터와 국립정신의학 연구소 관계자 인터뷰를 싣는다.
기술교육, 외국어교육, 교사교육, 직업교육, 기업가 교육, 창의성교육….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듯하다.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는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오늘도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고시촌에서 젊음을 걸고 ‘가르치는 기술’을 갈고 닦는다. ‘어떤 인간을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의 본질적인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잊힌 지 오래다. 교육의 도구적 특성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도드라진다. ‘빈곤을 퇴치’하고, ‘발전을 달성’한다는 거대한 개발목표 아래 교육의 기능적 성취도는 계량화 되었으나, 교육의 내재적 가치들은 각종 통계수치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됐다. 정량화된 성과지표는 교육으로 인해 일어나는 개인의 삶과 내재적 변화에 대해서는 ‘증거’하지 못한다. 결국 교육은 개발(또는 발전)을 위한 도구였던가?
지난 7월 2~9일 다녀왔던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세종프로젝트) 2개국(베트남, 스리랑카) 현지출장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어렴풋하게나마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때로는 중심으로부터 소외된 변방에서, 오래전 잊고 있었던 우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문해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10㎞ 넘는 산길을 걸어오는 성인 비문해자들, 보고 듣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지체장애인, 정신질환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낡고 초라하지만 자신들의 공간에서 마을 주민이나 퇴직교사로 이루어진 문해강사들과 함께 지역학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그곳의 사람들에게 개발의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공동체와 함께 삶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교육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 마을 사람 누구나 교사인 동시에 학습자가 되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베트남 첩첩산중의 작은 마을에서, 바깥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읽고 쓰기를 배우고 가르치는 스리랑카의 장애시설과 치료감호소에서 이미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교육의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지고, 사상과 지식이 자유로이 교환되어야 한다’는 유네스코 헌장과, ‘문자로 사람을 편안케 한다’는 500여년 전 세종의 꿈이 이곳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라는 공동체의 침몰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우리는 그들로부터 공동체와 더불어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힘을 배우고, 그들은 우리에게 삶에 필요한 기술과 기능을 배우는 ‘교육 나눔’이야말로 한위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닐까 싶다. 소외된, 그러나 희망 찬 이들의 삶과 배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에 소개하자. 우리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모아 그들이 조금 더 넓은 세상공동체와 접속할 수 있도록 돕자. 2014년, 개발의 중심에서 자신 있게 교육을 외쳐보자.
■ 정용시 브릿지2팀
Q 열린학교’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열린학교’에는 정해진 공간이 없습니다. 어디에서든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교실 밖, 나무 아래에서도 가능하지요. 이것이 공교육과의 큰 차이점이자 ‘열린학교’가 된 이유입니다. 또한 ‘열린학교’는 학생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배우기를 원하는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Q ‘열린학교’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공교육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실용적인 지식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 장애학생들이 저마다의 학습 수준에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열린학교’에서는 버스 노선을 확인하거나 간판, 교통 표지판을 읽는 등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배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Q 한위와 한국 국민에게 전하고픈 얘기가 있다면.
재정 위기에 처해 있던 상황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통해 교육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름도 스스로 쓸 수 없고, 서명도 할 수 없고, 표지판도 읽을 수 없는 이들이 이곳으로 옵니다.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이 읽고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열린학교’가 계속해서 운영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5세이고, 언니와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학령기를 지난 스물다섯의 나이에 열린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Q 어떻게 ‘열린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나요.
정부에서 제가 이곳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었고, 부모님께서도 제가 이곳에서 공부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여러 군데를 알아보았지만 이곳이 제가 공부하기에 가장 적합했습니다. 이곳 지역학습센터에는 친구들이 많은데,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것은 저에게 큰 기쁨입니다. Q 그렇다면 이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공교육에서 배우는 것들을 이곳에서도 배우고 있습니다. (‘열린학교’는 공교육 과정에 부합하는 자체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며, 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 졸업장에 준하는 인증서를 발급한다.) ‘열린학교’에서는 컴퓨터, 환경, 요리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꿈이 무엇인가요.
저는 나중에 컴퓨터 프로그램 분석가가 되고 싶습니다. ‘열린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면,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저희 가족 형편이 어렵긴 하지만, 배움을 통해 직업을 얻고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사람을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고,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며 그것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되지요. 이것은 곧 자존감으로 연결됩니다. 무시당하고 차별받던 사람들이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본인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거지요. 배운다는 것은 한 사람을 가치 있는 누군가가 되게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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