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에 자리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이들 두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카레이스키’(고려인), 즉 한인 교포가 많이 사는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라는 점. 다른 하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의 ‘유네스코 브릿지 역량강화 프로젝트’(역량강화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국가라는 점일 듯하다. 유네스코 회원국 중 저개발국 국가위원회가 ‘내공’을 키울 수 있도록 한위가 지원하는 교류협력 프로그램이 바로 역량강화 프로젝트이다. 얼마 전 이들 두 나라에서는 역량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위와 각국 국가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와 워크숍이 각각 진행됐다. 작지만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젝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지난 9월 15일 아침, 가정주부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외곽 지역에 자리한 한 요양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이곳에서 현지에서는 흔치 않은 ‘지역 여성을 위한 창업훈련 세미나’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한 참가 여성에게 말을 걸어봤다. 알고 보니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세미나에 찾아온 ‘가족 참가자’이다.
“저는 동네에서 이미 과일조각, 영어, 컴퓨터 등과 관련된 강좌를 제공하는 스터디 센터(study center)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창업을 시작할 때에 이런 훈련 세미나처럼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점이 많고요. 저도 더 배우고, 창업을 원하는 제 여동생과 어머니가 똑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세 모녀가 함께 참가하게 됐습니다.”
한위와 유네스코 우즈베키스탄위원회가 지난 9월 타슈켄트 및 시르다야 교외 지역에서 세 차례에 걸쳐 공동 개최한 이 ‘여성창업 훈련 세미나’는 창업 교육의 기회가 드문 도시 외곽지역 여성들을 위해 기획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적인 창업 교육,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술 교육을 제공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우즈베키스탄 내에서의 양성평등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1991년 소련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도기를 거치는 중인데, 여건이 가장 취약한 교외 지역의 인구, 특히 여성을 비롯한 청년과 장애인들의 경제활동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세미나의 슬로건은 ‘Our Lives are in Our Hands’. 풀이하자면 ‘우리 손으로 우리 삶을 개척한다’는 의미이다.
나이도, 창업을 꿈꾸는 분야도 저마다 달랐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은 하나같았다. 4일 동안 전문 트레이너들에 의해 진행된 훈련 세미나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졌다. 첫 이틀 동안은 외부 경제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참가자들의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향상시켜주는 심리적 훈련이 진행됐으며, 후반 이틀 동안에는 실질적으로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소액대출, 사업등록 절차, 사무실 임대, 마케팅 전략 등과 관련된 교육이 이뤄졌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창업 관련 기관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땀을 흘릴 정도로 뜨거운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이번 세미나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준 점이 아닐까 싶다. 세미나 참가자인 질로라 씨의 얘기이다.
“훈련 세미나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창업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컸어요. 하지만 다 마치고 많은 정보를 얻고 나니 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유네스코 한국 및 우즈베키스탄 위원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경제활동의 소외 지대에 있던 현지 여성들이 창업에 눈뜨면서 이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 작은 변화의 날갯짓이 만들어갈 미래가 궁금하다. 아마도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그리고 더불어 사는 지구촌 삶에 의미 있는 나비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 고영아 국제협력조정팀
우리나라에 전통자수가 있다면, 카자흐스탄에는 ‘비즈케스테’가 있다. 비즈케스테(Biz-Keste)는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의복, 가구, 손수건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던 전통 자수공예로서 카자흐인들의 생활방식, 세계관, 전통의식 등이 담겨 있는 고유 문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에트(소련연방) 시대에 유목 생활이 근대화됨에 따라 비즈케스테의 쓰임새는 점차 줄어들고, 공예기술도 사라져갔다. ‘명맥이 끊길 위기의 비즈케스테를 되살릴 방안은 없을까.’ 유네스코 카자흐스탄위원회의 고민은 한위의 ‘역량강화 프로젝트’와 만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6월 한위가 주최한 국내 초청연수에 참가한 카자흐스탄위원회 보타 카비불라 씨(3등 서기관)는 한위 직원들의 조언과 실무적인 도움으로 ‘비즈케스테 부활 플랜’을 짰다. 젊은 전문가들을 양성해 비즈케스테의 부활은 물론 창의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된 것이 바로 ‘위기에 처한 카자흐스탄 자수기술 비즈케스테의 보호 및 창의산업 촉진’ 워크숍이다. 지난 8월부터 카자흐스탄위원회와 한위는 공동으로 오스케멘과 알마티에서 비즈케스테 기술 및 전수 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총 2회 개최했다. 비즈케스테의 명맥을 잇고, 전통 자수공예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릴 ‘비스케스테 트레이너(trainer:훈련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트레이너 훈련’(Training of Trainers) 워크숍에는 초등학교 미술 교사, 예술대학 강사, 디자이너, 20년 경력의 비즈케스테 장인 등 실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14명의 참가자들은 전문가의 탄탄한 이론 강의와 참여형 실습을 통해 ‘비즈케스테 전도사’로서의 꿈과 역량을 키웠다. 고유 문화인 비즈케스테의 전통을 잇고 또 알리는 소중한 사명 때문이었을까. 참가자들의 열기로 인해 강의실은 첫날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워크숍은 강의 진행자가 화두를 던지면 참가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고, 그 내용에 대해 전문가가 평가하고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어느덧 워크숍을 마무리할 무렵에는 참가자들 모두가 내일이라도 강단에 설 수 있을 만큼 전통 자수에 대한 전문지식과 발표 실력도 부쩍 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혹시라도 ‘왜 우리가 다른 나라의 전통문화 계승을 도와주는 것이지’ 하는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위의 역량강화 프로젝트는 우리가 주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저개발국 국가위원회가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함께 상의해 지원하는 기여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나눔의 의미도 더 값질 수 있다. 이번 워크숍을 함께 진행한 카자흐스탄위원회 보타 카비불라 씨는 “유네스코 카자흐스탄위원회와 정부를 대표해, 비즈케스테에 관심을 가져주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도와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후원을 해준 문화체육관광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의 감사 인사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이유도 아마 그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 권송 국제협력조정팀
정식 명칭은 우즈베키스탄공화국(Republic of Uzbekistan)으로, 독립국가연합(CIS)을 구성한 공화국의 하나이다. 면적은 44만 7,400㎢, 인구는 2,826만 8,440명(2008년 현재), 수도는 타슈켄트(Tashkent)이다. 종족구성은 우즈베크인 80%), 러시아인 5.5%, 타타르인 1.5%, 카자흐인 3%, 타지크인5%, 카라칼파크인 2.5%, 한국인 1% 등이다. 언어는 우즈베크어가 공용어이며, 종교는 수니파 이슬람교가 88%, 동방정교 9%, 기타 3%이다. 기후는 대륙성기후로 건조한 편이나 평지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며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다.주요 산업으로는 면화생산이 발달하였고, 천연가스도 대량 생산된다. 공업은 풍부한 가스·석유 및 전력자원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최대의 제철소를 가지고 있다. 경공업 분야에서는 섬유 및 식품공업이 주로 발달되어 있다. |
정식명칭은 카자흐스탄공화국(Republic of Kazakhstan)이다. 북쪽으로 러시아연방, 동쪽으로 중국·몽골, 남쪽으로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에 접하고, 서쪽으로는 카스피해(海)에 면한다. 약 120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로 우리 한민족도 9번째로 많은 약 10만 명(0.6%)이 거주한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면적이 넓지만 대부분 스텝 지역인 탓에 인구에서는 세계에서 62번째, 인구밀도에서는 215번째에 불과하다. 중앙아시아 최대의 자원대국으로 원유매장량이 세계 17위에 이른다. 행정구역은 14개주(oblys), 3개시(qalasy)로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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