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치티피 마을에 교실이 생기던 날 2015-02-06 (조회수 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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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의 수도 릴롱궤(Lilongwe)에서 잠비아 국경 방향으로 뻗은 음친지(Mchinzi)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5㎞ 정도 가면 치티피(Chitipi)지역이 나옵니다. 이곳은 수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아 5~10년 후에는 보다 발전이 기대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인지 중심지에서 살기에는 경제적으로 다소 벅찬 현지인이나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새 집을 짓고 차츰 이곳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지역의 대다수 사람들은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해가 지면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암흑에 둘러싸이는 마을이 대부분이지요. 이들 마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밤이면 주변에 하나둘씩 들어선 새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혹시 “나도 밤에도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지는 않았을까요.
이처럼 치티피 지역은 수도에서 꽤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을 구성원들의 상당수가 비문해자이고, 심지어 지도자인 촌장 역시 비문해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 교육 나눔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이곳에 특히 청년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들도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청년들도 적지 않습니다. 수도에서 일자리를 찾아 한 번 잘살아 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왔다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이곳에 눌러 앉은 청년들이지요. 이들에게 적당한 일자리와 적절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치티피 지역은 한결 안전하고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유네스코 말라위국가위원회와 우리(유네스코 브릿지 활동가들)가 이곳을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의 새로운 구역으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성인문해교실과 청년들을 위한 기술교실로 쓸 수 있도록 ‘교실 1동, 워크숍(기술교실) 1동, 오피스 및 도서관 1동, 화장실 1동’으로 구성된 다목적 지역학습센터를 건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선 오피스 및 창고를 포함한 다목적 교실 한 동을 먼저 짓기로 했습니다. 지역 선정부터 청사진 마련까지 약 3개월간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한 멤버 한 명이 건축 감독을 맡고, 건축 관련 경험이 풍부한 마을 내 촌장 두 명이 포함된 건축 인부들이 실제 공사를 맡았습니다. 공사 과정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많기에, 기술 교육의 일환으로 마을 청년 네 명도 건축 보조로 선정하여 ‘현장 학습’ 을 해볼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렇게 8주간의 공사 끝에 지역학습센터의 첫 번째 건물이 완공되었습니다. 한 명의 활동가로서 가슴 벅찬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지원, 많은 분들의 후원 없이는 성사될 수 없는 일이지만, 실행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로부터 받은 적극적인 도움 또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음웨라 마을 촌장은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땅을 센터 부지로 기증했고, 건축 기간 내내 많은 주민들이 현장에 나와 격려도 하고 도움을 주었습니다. 브릿지 프로젝트의 취지가 교육 지원을 통해 현지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일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러한 주민들의 모습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뜨거운 햇빛과 바람을 막아 줄 배움의 공간이 완공되면서 가장 기뻐한 사람은 이곳의 성인문해교사 나오미 졸로파니(Naomi Jolofani)였습니다. 그녀는 “내 오랜 꿈이 이루어진 것과 같다” 며 깊이 감사를 표했습니다. 홀로 다섯 명의 아이를 키워 대학을 보낸 그녀야말로 누구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교육의 힘을 믿습니다. 제 이런 생각과 꿈을 이웃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급여도 없이 교사 일을 자원했던 단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언젠가 우리를 위한 교실이 생기기를 늘 기도했는데, 이렇게 센터가 생겨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의 이 말 한 마디로 지난 몇 달 간의 힘든 기억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잔잔한 감동, 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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