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94세 문해교육생’ 샘 할아버지 2014-05-16 (조회수 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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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 이번호 희망이야기는 앞서 기사에 소개된 짐바브웨의 94세 할아버지 이야기다. 짐바브웨의 돔보샤와 지역학습센터의 데인저 샘 할아버지는 94세의 나이에도 숫자배우기와 글자를 익히고 있다. 유네스코가 추구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교육’의 또 다른 모범이다. 90세에 글자를 배우기 시작해, 망백을 바라보는 나이에 공부의 즐거움과 효용성을 깨달았다는 샘 할아버지.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라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남긴 그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Q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어 보이시는데, 나이와 성함을 알려주시죠. 이름은 데인저 샘(Danger Sam), 1921년 2월생이니 이제 94세가 됐네요.
Q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뭉가테 4리(현지 지명)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아들과 딸 넷을 두고 있고, 어느새 손자손녀도 10명으로 늘었습니다.
Q 제가 이제껏 본 최고령 학생이신데, 글을 읽고 쓰는 교육(문해교육)을 받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비문해자로 사는 것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결정적으로 교육에 크게 가치를 두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가 몇 가지 일을 겪으면서 정말 글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Q 대체 어떤 일이었나요. 내가 마을 어른 중에서도 어른 아니에요? 근데 마을 회의에서 다른 사람들과 논의를 하는데, 누군가 쉬운 말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해할 수가 없는 거예요.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퇴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농사를 더 잘 지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읽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다른 문제는 은행에 갔을 때였어요. 문해율이 낮았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쓰기보다는 'X'로 표기했었죠. 그 시절 이름 못 쓰는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문해율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데, 나는 단지 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X'라고 서명할 수 밖에 없었어요. 비문해자로서 이러한 문제들을 겪다가 지역학습센터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문해 교실에 참석하게 되었지요.
Q 처음에 공부하실 땐 어떤 마음이셨죠. 무엇보다도 농사가 천직인 사람으로서 적정량의 비료를 줄 수 있도록, 농제품의 설명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되면 양질의 채소를 키워서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또 다른 사람들과도 잘 소통하고 싶었지요.
Q 문해교육을 받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과거엔 교육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었기에 글 좀 못 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사람들이 뭔가를 영어로 얘기할 때, 마치 나를 두고 나쁜 얘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화가 나고, 다른 한편으론 부끄러웠어요. 문해 교실에 참석하기 전에는 읽을 줄 모르고, 펜을 어떻게 잡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어떠한 활동에도 참가하기를 꺼려했었죠. 하지만 이젠 모든 게 달라졌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잘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정보도 읽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은행에 가면 어떤 서류 양식도 써낼 수 있을 것 같고, 나의 이름을 당당하게 서명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어요.
Q 문해교육을 계속 받고 계신데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문해 교실에 나온 지 3년 정도 돼가는데 총 3단계 중에서 1단계를 얼마 전에 마쳤어요. 3단계까지 완료하면 초등학교 졸업 수준이 되고, 증명서까지 준다고 해요. 굉장히 더디다고요? 저는 그렇지 않아요. 처음에 문해 교실에 왔을 때는 알파벳이나 숫자 하나 아는 게 없어서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됐었죠. 내 가족들이 보다 못해 문해 강사님께 얘기해서 다른 학생들을 모두 상급반으로 진학시켜 달라고 특별히 요청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면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일대일로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죠(웃음).
Q 당신께 ‘문해’라는 단어의 의미가 남다를 듯한데요. 나에게 문해교육이란 두 눈을 뜨게 해준 것, 그래서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해준 그 무엇입니다. 이제 나는 읽고 쓸 수 있으며, 아무런 부끄럼 없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문해’는 나의 생활과 기술을 발전시켜주는 개발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문해 교실 덕분에 나의 사고를 넓힐 수 있게 되었어요.
Q 문해 교실을 졸업하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셈법과 재정 교육을 배웠기에 문해교육을 마치면 작은 가게를 열고 싶어요. 손주들의 학교 숙제도 곁에서 돕고 싶고요. 무엇보다도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수준까지 공부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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