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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뉴스

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주재관 서신 / 유네스코 ‘외교 올림픽’의 국가대표, 유네스코 상주 대표부
등록일 2019-08-05

 

 

유네스코는 193개 회원국에 의해 작동되는 국제기구다. 전체 인구가 10만 명뿐인 그레나다도, 14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도, 국토 면적이 2km²에 불과한 모나코도, 그보다 8백만 배 더 넓은 러시아도, 모두 하나의 발언권과 하나의 투표권을 갖는 동등한 회원국이다. 193개 나라는 각자의 목적과 각자의 방식으로 ‘소프트 외교’의 중심인 유네스코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그 외교의 중심에는 파리에 위치한 각국의 대표부(permanent delegation)가 있다. 대표부는 회원국과 유네스코 사이에 이루어지는 온갖 외교 업무의 채널 역할을 한다. 현재 회원국들이 설치한 유네스코 대표부는 184개. 유네스코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유네스코와 회원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유네스코로 다자외교를 실현하는 일이 모두 대표부를 통해 이루어진다.

 


▲ 지난 4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206차 집행이사회 회의 모습

 

대표부 구성과 운영은 각 회원국이 맡기 때문에 대표부의 모습도 회원국마다 제각각이다.  단 한 명이 근무하는 작은 대표부가 있는가 하면 10명이 넘는 외교 인력을 갖춘 큰 대표부도 있다. 정부에서 파견된 외교관들이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6년 정도 근무하고 떠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십 년간 이 일만 하는 붙박이 인력을 두고 있는 대표부도 있다. 25년 넘게 근무한 캐나다 대표부의 직원은 유네스코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다른 나라 국적의 외교 전문가를 고용해 대표부 일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그레나다의 대표들의 국적은 모두 레바논이다. 유네스코 이름을 단 대사가 따로 있는 대표부도 있고, 자국의 프랑스 대사관에서 유네스코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고, 파리에 위치한 또 다른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네스코를 묶어 하나의 대표부를 둔 나라도 있다. 규모도, 구성도, 성격도 다 제각각이지만, 유네스코 안에서 자신의 나라를 제대로 드러내야 하는 외교적 사명은 같다. 

 

국제기구에서는 사람이 곧 나라가 된다. 외교관의 한 마디가 그 나라를 대변하고, 외교관들 간의 관계가 국가들의 관계로 이어진다. 개인이 활약을 펼치게 되면 그 나라의 입지는 자연히 올라간다. 그런 이유로, 유네스코에서 위원회가 꾸려지게 되면 앞다퉈 의장을 맡겠다고 나선다. 회의를 잘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곧 그 나라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위가 문제되지 않는다. 베테랑 대사도 실무급 외교관도 실력이 있다면 나서고, 두각을 나타내면 인정을 받는다. 유네스코의 거버넌스 논의에 있어서 필리핀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세계유산의 제도 개선에 아제르바이잔을 우선 꼽는 것도 그 나라의 스타 외교관들 덕택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우리나라가 의장을 맡고 있는 집행이사회, 그리고 유네스코 총회는 회원국의 외교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무대다.

 

유네스코 회원국들은 서로 다양한 조합의 관계를 만들며 외교력을 키운다. 6개로 나뉜 지역그룹은 물론, 제네바그룹, 아세안그룹, G-77그룹과 같이 공동의 이해로 뭉친 국가들이 정기적으로 회동하며 관심사를 나누고 유대를 형성한다. 또 언론인 안전, 해양, 비폭력교육과 같은 관심 이슈에 대해서는 우호그룹(Group of Friends)이 만들어져 이 주제의 활동들을 유네스코가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난 봄 집행이사회에서 언론인 안전 이슈가 논의되자 우호그룹의 국가들이 대거 지지 발언을 몰아주었다. 또 여러 이사회의 선거가 치러질 때면 서로에 대한 지지를 교환하는 일로 분주하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서로 밀어주고 도움 받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유네스코 총회와 집행이사회에서 정부간이사회까지, 각종 작업반 회의에서 정보회의까지, 국제컨퍼런스에서 문화행사와 리셉션까지, 대표부의 한 해, 그리고 대표부의 하루는 유네스코가 쏟아내는 다양한 주제와 논의에 대응하는 일로 채워진다. 또 유네스코 사무국과 회원국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관계를 만들고 연계하는 일도 대표부의 몫이다. 이처럼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 대표부들은 이곳 파리에서 나름의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다. 어떻게 하면 나라의 이름을 더 알릴지, 어떻게 하면 유네스코와의 관계를 더 단단히 할지, 어떻게 하면 나라의 입장을 더 잘 반영할지 등을 고민하면서 말이다. 이같은 유네스코 회원국 공통의 과제는 유네스코라는 외교무대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