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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새 세상에도 SDGs 가 여전히 ‘열쇠’인 이유
등록일 2021-01-04


새 세상에도 SDGs 가 여전히 ‘열쇠’인 이유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새로운 의지가 필요한 2021년을 맞이하며, 전 세계는 우리 앞에 다시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리고 포용과 평등, 공정과 공존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이들 대책은 거의 예외없이 인류가 6년 전에 한 약속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수렴된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지표상의 수많은 ‘역주행’ 속에서도, 우리가 SDGs 달성을 위해 더 큰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9년 9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진행된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에서 어린이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적힌 팻말과 함께 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 왔을까

지나간 2020년은 무엇보다 코로나19와 함께 기억될 한 해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마지막 남은 10년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했다. SDGs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었던 2015년 9월 25일로부터 6년 째를 맞이하는 지금, 전 세계가 함께 결의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류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우리에게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 유네스코를 비롯한 유엔 각 기구들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우리가 ‘얼마나 더 빨리 달려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분야별 이행 상황을 점검해 왔다.

2030년까지의 기한 중 3분의 1이 지나간 시점에서 SDGs의 일부 목표에서는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목표가 더욱 많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19년 유엔이 발간한 「2019 SDG 진전에 관한 사무총장 보고서 특별판」 서문에서 “SDGs의 이행에 있어 긍정적인 경향과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이 정도의 변화(shift)로는 2030년까지 SDGs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 속도와 규모를 갖춘 전환(transformation)을 만들어 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10년은 현재 및 미래 세대를 포함하는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앞날을 결정짓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유엔은 2030년까지의 마지막 10년을 ‘행동을 위한 10년’(Decade of Action)으로 규정하고 ▲확고한 리더십과 SDGs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포함하는 ‘전 지구적 행동’(global action)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 예산, 법령 및 조직에서 전환을 만들어 낼 ‘지역적 행동’(local action) ▲시민사회와 언론, 학계와 민간을 포함한 전 연령대의 시민들이 전환을 추동하는 목소리를 내는 ‘민중 행동’(people action)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 모두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켜진 적신호

하지만 SDGs를 달성하기 위해 좀 더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를 덮쳤고, 이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는 전 세계가 그간 부분적으로나마 달성해 놓은 진전마저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었다. SDGs 관련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SDSN)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발전보고서 2020』은 코로나19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대부분의 SDGs 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예로 빈곤퇴치(SDG1) 분야에서는 지난해 극심한 빈곤 상태에 처한 인구 수가 전 세계적으로 7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수치다. 건강과 웰빙(SDG3) 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예방접종과 영양보급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5세 이하 영아 사망자가 수십만 명, 관련 질병으로 인한 성인 사망자가 수만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이 두 목표와 더불어 기아종식(SDG2),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SDG8), 불평등 감소(SDG10)를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항목으로 꼽았다. 코로나19로부터 중간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 8개 목표(SDG4~7, 9, 11, 16, 17)도 피해 규모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양질의 교육(SDG4) 항목에서는 전 세계 학생들의 90%인 15억 7000만 명이 등교 중단의 영향을 받았고, 3억 7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학교 급식 중단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70개국에서는 학교를 통해 이뤄지던 백신 접종 등의 보건의료 프로그램이 중단됨으로써 교육 외의 분야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보고서가 ‘코로나19가 끼칠 영향이 확실치 않음’이라 분석한 나머지 4개 분야(SDG12-15)의 상황은 우리에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을까. 전 세계적인 경제 활동 감소로 인해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SDG12), 기후변화대응(SDG13), 해양생태계(SDG14)와 육상생태계(SDG15) 보존에 있어서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신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지만, 이는 경제가 회복되면서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여전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2010-2019년까지의 10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10년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바닷물의 산성화, 토양 황폐화, 대규모 생물종 멸종 추세가 여전하며, 지속가능하지 못한 생산과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없음을 지적했다.

 

지역 및 소득 그룹별로 분석한 2020년 SDGs 달성 수준 및 추이


『지속가능발전목표 2020』에 실려 있는 SDGs 달성 대시보드. 코로나19는 SDGs 달성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 이행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지금이다

이렇게 마지막 10년을 남기고 SDGs 이행 상황을 말해주는 여러 지표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빚어진 차질을 반영하여 일정 부분 SDGs의 수정이 필요하다’거나 ‘애초에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였던 만큼 현실적이며 덜 급진적인 목표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제사회 리더와 전문가들은 기존 목표의 철저한 이행을 위해 오히려 더욱 폭넓은 협력과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단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리더십이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 주장하는 사람에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는 사람으로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야말로 SDGs가 인류의 번영과 지구촌 모든 구성원들의 공존을 가능케 해 줄 변화의 열쇠임을 절감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SDGs의 목표를 수정하기보다는 더 강한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가 SDGs 달성의 걸림돌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 및 행동의 전환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경고였으며, 따라서 팬데믹 피해 복구 과정에서 전 인류의 공통된 목표 역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새로운 질서의 구축’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티자니 무하마드-반데(Tijjani Muhammad-Bande) 전(前) 유엔 총회 의장은 지난해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지금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우리가 주변 환경과 동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며 “인간 중심적인 사회로부터 지구 중심적인 생태계로 이행하는 패러다임의 전환만이 이 지구의 앞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DGs 달성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전환’이라는 뜻이다. 

지난 2019년 유엔의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보고서」(GSDR)를 작성한 독립과학자그룹의 공동의장을 맡은 피터 메세를리(Peter Messerli) 스위스 베른대 지속가능발전학 교수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류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기존의 방법론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결의와 행동’임을 강조했다. 메세를리 교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홈페이지 지식플랫폼에 소개된 글을 통해 “(코로나19의 등장은) 하루아침에 경제적 제약, 기술적 장벽, 변치 않는 습관, 개인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이해 기반 정치’(interest-driven politics)가 더는 (올바른) 의사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며,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인류가 취해 온 사회-정치학적 차원의 행동으로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갖고 있는 미래의 위협에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19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알면서도 안전하고 부담 없는 방법만을 좇아 온 우리의 미래 모습을 확인시켜준 셈이라는 뜻에서 “우리의 미래는 바로 지금”(Future is now)이라 지적하고, 인류는 지금부터라도 “현실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10월 9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내 폐를 망가뜨리는 건 코로나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보이고 있다.

 

후회 없는 10년을 위해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느슨한 행동과 수사(修辭)로만 가득한 다짐이 더는 미래의 생존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인류에게 이미 SDGs라는 ‘해법’이 쥐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속가능발전보고서 2020』의 제1저자를 맡은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컬럼비아대 교수는 “사회적 포용, 공공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 국제 협력과 같은 SDGs의 밑바탕을 이루는 원칙이야말로 코로나19 극복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이정표(guideposts)가 될 것”이라며, SDGs가 목표 달성 여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이며 실천적으로 제시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해법과 피해 복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유엔이 강조해 온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나 유네스코가 주장해 온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역시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정책 도입과 실행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SDGs의 이행 노력을 반영하고, SDGs가 항구적이며 보편적인 새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SDGs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심 의제로 둔 위와 같은 해법은 한 발 더 나아가 자본주의와 국제 질서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더욱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개발과 교육, 환경 등 SDGs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았던 분야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고자 하는 모든 분야, 모든 이슈에서 SDGs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마리아나 마주카토(Mariana Mazzucato) 런던칼리지대 교수는 지난해 『포린 어페어』 11-12월호 기고문에서 국제사회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불평등을 완화하고, 현대적 대중교통을 조성하고, 모두를 위한 디지털 접근권을 제공하고, 보편적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SDGs에서 다뤄 온 여러 세부목표들을 포함하는 이러한 전환을 통해 마주카토 교수는 인류가 “자본주의를 바꿀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2008년 전 세계 금융 위기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대신 “위기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부실하고 불평등이 만연하며 탄소배출이 심각한 경제”로 되돌아 갔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제기되는 더 포용적이며 더 지속가능한 수많은 대책들이 그대로 국제사회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그러한 호소와 설득 다음에는 합의와 행동이라는 더욱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성난 표정 앞에서도 꿈쩍 않던 전 세계 리더들은 코로나19라는 자연의 경고 앞에서, ‘마지막 남은 10년’이라는 시간의 압박 앞에서 과거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는 지난 1년간 우리가 처음으로 경험했던 모든 아픔과 후회들이, 희망으로의 출구 앞에서 깜빡이고 있는 SDGs라는 등불을 조금 더 진지하고 간절하게 응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 Cambridge University Press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2020』 (2020)

- UN 「Report of the Secretary-General on SDG Progress - Special Edition」 (2019)

- csc-blog.org “The Virus Has Made It Clear: the Future Is Now”

 -news.un.org “COVID-19 Pandemic, an ‘Unprecedented Wake-Up Call’ for All Inhabitants of Mother Earth”

 -newspeppermint.com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자본주의, 더 나은 회복을 위하여” (Mariana Mazzucato의 “Capitalism After the Pandemic”(『Foreign Affairs』 (Nov/Dec 2020) 번역문)

- un.org “Decade of Action - Ten Years to Transform Our World”, “UN Report Finds Covid-19 Is Reversing Decades of Progress on Poverty, Healthcare and Education”

- unsdsn.org “New Report Shows How to Use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to Build Back Better after Covid-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