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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뉴스

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길 위의 유네스코 | 해 뜨는 오름과 해녀의 이야기 속으로
등록일 2022-01-06


제주 화산섬과 해녀 문화

해 뜨는 오름과 해녀의 이야기 속으로 

 

제주에서 화산과 바다가 만들어낸 걸작, 성산일출봉을 오르고 해녀박물관에서 해녀들의 담담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다. ‘제주스러움’이 묻어나서 더욱 매력적인 풍경이었다.  

 


 

광치기해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이유, 성산일출봉 

제주 동쪽 해안에 거대한 성곽처럼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은 해 뜨는 오름이다. 368개 제주 오름 중 떠오르는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매년 새해 첫날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제주도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오름이다 보니 해의 기운을 받기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성산일출봉은 백록담 분화구 아래로 다양한 모양의 암석과 폭포를 품고 있는 한라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계로 꼽히는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와 함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화산섬 특유의 지질학적 특성과 발전 과정 등 지구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성산일출봉의 분화구의 형태를 보려면 정상에 올라야 한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제주의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 길이다. 오르막길은 가파르지만, 뒤돌아보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절경에 가쁜 숨보다 감탄사가 먼저 나온다.

 

마침내 정상에 다다르면 평평한 분화구와 가장자리의 날카로운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름 600m, 넓이 13만㎡나 되는 분화구 안에는 참억새와 해송, 왕모시풀 같은 다양한 식물이 무성하다. 제주도가 왜 유네스코 지질공원이자 종의 다양성을 잘 보존하고 있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풍경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눈 부시게 푸른 풍광을 만끽하며 우뭇개 해안으로 향한다. 우뭇개 해안은 성산일출봉 북서쪽 움푹 들어간 곳에 자리한 검은 모래 해변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태지만, 해녀들이 노동요 ‘이어도 사나’를 부르며 뿔소라와 문어를 잡는 ‘해녀 물질 공연’을 펼치던 곳이기도 하다.

 


 

제주 해녀의 삶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해녀 박물관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 제주 해녀 문화  

제주의 바다는 해녀의 힘찬 숨비소리가 들리는 바다다. 오래전부터 제주 땅은 농사를 짓기 척박했기에 남자들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갔고, 여자들은 테왁을 둘러메고 가까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물질을 하던 해녀들은 바다 위로 올라와 “휘이이”하고 숨을 내뱉는데 그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부른다. 돈을 벌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물질을 하던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지금의 제주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이거나 할머니였기에.

 

제주에서 해녀의 삶을 가까이서 느끼는 방법은 구좌읍의 해녀 박물관을 찾아가는 것이다. 해녀박물관에선 해녀의 옷과 장비, 불턱 등 해녀의 일터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중 해녀의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불턱이다. 해녀들은 물질 능력에 따라 하군, 중군, 상군의 세 집단으로 분류되며 상군 해녀들이 나머지 해녀들을 지도하는데, 언 몸을 녹이고 물소중이를 갈아입는 불턱을 베이스캠프로 해녀 문화를 계승해 왔다. 이 같은 제주 해녀 문화는 생태 친화적인 조업 방식과 주체적인 여성 문화, 공동체를 이루어 생태 환경에 대한 민속 지식을 세대 간에 전승한 점 등 특유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첫 물질을 시작해 상군해녀가 되기까지 회고담, 생사를 넘나드는 물질 경험담 등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쓰는 물질, 그래도 테왁 망사리 한가득 채울 때마다 기뻤다는 해녀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제주 여행자 노트

광치기해변 | 성산일출봉 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치기 해변도 일출의 명소다. 거대한 요새 같은 성산 일출봉 옆으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환상적이다. 

한라산 | 제주도의 상징이자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한라산 또한 물이 고인 분화구의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거문오름 | 성산일출봉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오름이다. 분화구의 크기가 한라산 백록담의 3배에 달하고,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용암길을 걸을 수 있다.

 

글, 사진  

우지경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