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인터뷰] 사진전시회 수익금 기부한 오정심·박덕배 부부 2015-08-31 (조회수 4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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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생활을 마감한 남편과 화가로 활동한 아내. 그들이 함께 열어 갈 인생 3막은 어떤 모습일까?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후반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오정심·박덕배 부부의 그것은 좀 더 특별하다. 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이 부부는 자신들의 작품들을 모아 지난 6월 한 달간 유네스코회관 12층 배롱나무 카페에서 사진전을 열고, 작품 판매 수익금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지구촌교육지원사업에 후원했다. 관심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생활이 되고, 무엇보다 그것이 다시 나눔이 되는 행복한 경험과 함께 인생 3막을 열고 있는 그들을 <유네스코뉴스>가 만나 보았다.
Q 두 분 다 사진을 처음부터 ‘업’으로 삼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이렇게 사진과 가까워지게 되셨는지요. 오정심 작가(이하 오): 미국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화가 생활을 하다 사진을 접했습니다. 그 후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왜 진작 몰랐을까, 할 정도로 말이에요. 그렇게 다큐멘터리 인물 사진을 주로 찍어 왔고, 더 노력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박덕배 작가(이하 박): 저는 공직생활을 오래 하다 은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 3막의 친구라고나 할까요? 아직은 취미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저만의 색을 가진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박덕배 작가는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출신으로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Q 지난 6월 유네스코회관 배롱나무카페에서 사진전을 열고 작품 판매 수익금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지구촌교육지원사업에 후원해주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 제 인생과 취미를 연결하고, 또한 그 취미와 기부 활동을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공직생활 중에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북한 어린이돕기 사진전’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재능 기부로 열린 그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습니다. 여기 배롱나무카페에서의 전시도 좋았습니다. 기부카페라는 따뜻한 공간에서 전시회를 방문하신 분들과 차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오: 저 역시 평소 재능 기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찾아오시는 분들마다 “명동에 이런 공간이 있었어?”라며 깜짝 놀라던 이곳 배롱나무카페에서 그런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고요. 다만 메르스 여파로 더 많은 분들께 저희 작품과 이 멋진 공간을 소개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Q 이번 전시의 주제인 ‘시선이 머무는 순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오: 제 사진은 여행 중 차 안에서 밖을 보며 마주친 피사체와의 순간, 그 순간 이 딱 맞아 떨어질 때 촬영한 것들입니다.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스쳐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며 서로 통하고 있음을 느끼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런 느낌을 담은 사진 위주로 작품을 구성했고, 자연스레 전시의 이름도 ‘시선이 머무는 순간’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Q 남미 7개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이라 들었습니다. 박: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가장 먼 남미와 북유럽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국내에도 좋은 곳이 참 많습니다. 제주도만 해도 속속들이 보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저희가 더 나이를 먹고도 갈 수 있겠지만, 남미나 북유럽처럼 먼 나라들은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 먼 곳을 여행을 하며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아질 정도로 힘든 순간도 겪었지만, 무언가에 빠지니 한계를 느끼는 상황조차 극복이 되더라고요. 오: 나라마다 각각 다른 지점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다녀온 인도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무언가 먹먹한 느낌, 예전 우리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 주는 사람들이 그런 환경 속에서도 행복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인도 사진이 많았어요. 하지만 꼭 멀리 가야만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내에도 정말 좋은 곳이 많지요. 박: 맞습니다. 사진은 장소만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동일한 장소도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진이란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사진이 ‘순간의 예술’이란 말에 가장 동의하는데, 그 변화하는 순간을 잡기 위해 꼭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어요.
Q 그렇게 사진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 저는 다큐멘터리, 특히 인간의 모습을 사진에 많이 담습니다. 짧은 순간 마음과 마음이 오고 가는 그 순간이 주는 매력이 저에겐 사진을 찍는 큰 이유 입니다. 그러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박: 저는 바다와 관련된 공직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것들을 사진으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어민들의 애환이나 전통문화, 그리고 평소에 보지 못하는 바다의 모습을 어떻게 사진으로 담고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Q 전시회를 통해 이웃에 희망을 나눠 주신 두 분께서 생각하시는 나눔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 큰 결심을 하고 나눔을 실행하기 보다는 평소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이웃을 돌아보며 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살아왔다면 이제는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제가 받았던 많은 것들에 감사하며 그 감사의 표현으로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삶이 제 삶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도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박: 이번 전시는 대관료가 무료였습니다. 한 달간의 대관료 대신 기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좋았습니다. 또한 전시회를 찾은 손님들에게 “내가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기부를 하는 것이다. 나와 내 작품은 매개체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평소에 기부를 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 번 더 기부하는 계기가 되었고, 기부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기부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나눔이 더 많이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교육지원사업을 위해 응원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유네스코가 없었다면’ CF를 보면 과거 6·25전쟁 당시 유네스코 본부를 통해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원을 받았는지, 그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그 이야기에 참 공감하며 감동도 받았습니다. 저 역시 교육이 사람과 사회에 줄 수 있는 변화에 많이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시기 바랍니다. 박: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외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도움을 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가 지원한 내용을 보면 경제적 지원이 대부분이었지요. 저는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고기를 주는 것보다 교육을 통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 교육같은 기술 교육이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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